‘신문이고 텔레비젼이고 모두 공평했으면 좋겠다. 누구는 잘해주고 누구는 못잡아 먹어서 난리고..., 또 누구말이 맞는지 도저히 분간도 못하겠다 .’
어릴적 시골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주에서 건설회사를 하고 있는 친구, 사천에서 중장비 임대업을 하며 현장을 누비는 친구, 김해에서 장갑 만드는 제조업을 하는 친구, 부산에서 회사에 다니는 친구, 경기도 오산에서 횟집을 하는 친구, 이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신문밥을 먹는 글쓴이에게 쏘아 붙인 말이다.
이번 추석때 고향에 내려오지 못한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횟집 개업한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얼굴한번 보자고 가진 모임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언론과 정치권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와 놀랐다. 이들은 탁월한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사회를 아주 냉대하는 친구들도 아닌 말그대로 평범한 소시민들의 목소리가 무서웠다.

모든것에 공평하라

‘네가 만드는 신문이고 조선이고 중앙이고 동아건 아무것도 믿을수 없어, 텔레비젼 뉴스도 그렇고’, ‘국민들이 어디서 제대로된 이야기를 들어야 정치개혁을 하던지, 심판을 하던지 하지...누굴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어..., 전부 거짓말만 하는것 같아서...큰일이야’
친구들 이야기의 요지는 대략 이랬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보도가 전부 제각각이어서 어디에다 기준을 삼아아 할 지, 제대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사람들이 다 아닌 것 같기도 하고...또 누구는 잘 할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살기 힘든데 누구 하나 잘못 선택했다가는 지금보다 살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되면 될수록 분명 언론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각했다. 누구가 이랬다는 이야기는 있고 결과는 전혀 없고 무차별적인 폭로에 대한 사실여부는 끝끝내 밝혀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의혹만 부풀려 놓고 사실 확인은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씨 아들 병역면제 의혹, 현대상선 4000억원 대북지원 논란, 김대업 테이프 문제 등의 사실여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국민들의 상상에 맡긴 꼴이라는 것이다. 또 언론에서 이들에 대한 일련의 폭로에 대해 편들기를 너무 하는것 같고, 그대로 검증도 없이 보도를 하는 것 같아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소주잔이 두서너배 돌아 취기가 오르자 언론과 정치인이 안주로 잘근잘근 씹히고 또 씹혔다.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 오늘’에서는 정치권의 폭로공방이 극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민감한 정쟁 사안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가 특정 방향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신문은 정치보도 편식증, 의혹키우기, 물타기식 보도를 하고 있어 앞으로 대선 정국 보도가 공정하게 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폭로공방 이제 그만

특히 한국정치를 오히려 퇴보시키고 정치 혐오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철새정치인들’에 대해 양비론적인 보도태도가 이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자고나면 하나식 새롭게 제기되는 정치권의 공방이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 되면서 의혹을 부풀려 놓고는 ‘안믿으면 그만’식으로 흐르고 있다. 각종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와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 분간을 하기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작금의 언론태도와 정치권의 불신을 거리낌없이 토해내 ‘변명아닌 변명’을 하는 것 같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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