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탕·찜…다슬기 요리 충북 옥천서 원조 맛 그대로 배워와

어항에 물고기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늘 깨끗이 한다고 하는데 어느새 투명한 유리벽을 시퍼렇게 장악하는 물이끼는 감당이 안 된다는 걸. 그럴 때 살아있는 다슬기 한 주먹을 어항 속에 넣으면 어항이 금세 깨끗해진다. 다슬기가 이끼를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대신 유리벽에 착 달라붙은 다슬기가 눈에 조금 거슬리긴 해도 적자생존의 섭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맑고 깨끗한 물에서 사는 다슬기는 음식이라기보다 약으로 많이 쓰였다. 이끼를 먹고 살아서인지 다슬기를 삶으면 녹즙 같은 푸른 국물이 나오는데, 위나 간에 좋다고 해서 달여서 약으로 먹었다.

더구나 40대를 넘어선 중년들은 어린 시절 동무들과 바짓가랑이를 걷고 개울가에 뛰어들어 다슬기를 잡던 추억을 떠올리며, 몸에 좋기도 한 건강식품 다슬기를 즐겨 찾는다.

다슬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다슬기 마을’을 찾아갔다. 창원시 상남동 화신상가 2층에 있는 다슬기마을은 박영대(48)·정미현(44) 부부가 운영한다.
정씨가 다슬기 요리로 유명한 충북 옥천에서 직접 배워와서 요리를 하는데, 국·탕·찜·무침·전골 등 다슬기에 관한 요리는 다 있다. 충청도에서는 다슬기를 ‘올갱이’라고 하는데, 지역마다 가리키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서울에서는 민물소라, 대전은 대슬, 경북은 고디, 경남은 민물소라고둥, 전북은 대수리라고 한다.

다슬기는 사시사철 나지만, 봄과 가을에 더 많이 잡힌다. 밀양과 함양·합천·충북에서 잡은 깨끗한 자연산 다슬기를 공급받아 물로 씻은 다음 껍질째 8시간 정도 푹 고면, 푸른빛을 띠는 진한 육수가 나온다.

이 육수로 국과 탕(둘 다 5500원)을 만드는데, 국은 남자들이, 탕은 여자들이 즐겨 찾는다. 다슬기 국은 부추와 버섯 등을 넣고 묽게 끓여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씁쓰름한 맛이 별로 입맛에 안 맞을 수 있는데, 잘게 썬 땡초를 넣어 먹으면 톡 쏘는 시원한 맛이 조금 낫다. 다슬기 탕은 들깨와 찹쌀가루를 더 넣어 걸쭉하게 나온다. 국보다는 쌉쌀한 맛이 덜하고 담백하다.

간질환과 위장·당뇨·빈혈에 좋다는 다슬기는 중년을 위한 토종 건강식으로 제격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다시마튀각과 통감자로 뽑은 면·잡채·나물무침도 깔끔하고 정성스레 담겨 있어 먹음직스럽다. (055)281-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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