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시내 중심가인 한국프레스센터 앞마당은 시끄러웠다. 한국신문협회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가 신문협회를 성토하는 집회를 가진 것이다. 2002년도 한국신문상, 신문협회상 시상식과 대통령이 참석하는 축하연을 앞둔 시간으로 집회장엔 ‘자전거일보’문구를 붙인 신문사들의 경품용 자전거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200여명이 참가한 모임에서 신문통신노조협의회 관계자들은 ‘2002년 오늘, 한국신문협회는 생일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란 제목의 성명서를 나눠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신문협회가 1962년 발족된 후 언론탄압의 들러리로 한국언론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던 시기가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정도를 걸으라”고 촉구했다.

신문협회는 조·중·동의 들러리

특히 “무차별적인 불법경품제공을 통해 자본력이 약한 신문의 독자를 강탈해 가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반사회적 폭력을 신문협회는 아는가, 모르는가? 신문업계를 더럽히는 조중동 3사를 제명시킬 의향은 없는지 묻는다”고 했다. 그들은 또 “신문협회가 ‘조중동’의 들러리 행세에 자족하거나 능력도 없으면서 자율타령만 늘어놓으며 신문사장들의 친목모임에 그친다면 협회해체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실천하겠다”고 경고했다.
집회시작 3시간 후 노조원들은 프레스센터 앞마당에서 19층 연회장 문 앞으로 올라가 구호를 외쳤다. 행사관계자들과 가벼운 마찰이 있었고 주위는 소란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연회참석자들의 이목이 그곳으로 쏠렸다. 이때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이른바 ‘서울지역 거대 일간신문’발행인들은 애써 외면하는 듯 했으나 사세가 약한 서울일간지와 지방신문사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자전거일보’의 폐해와 ‘조중동’의 보도내용을 화두로 삼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자리를 함께 했던 지방신문 서울지사장들은 신문판매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문을 팔아먹으려고 얼마나 경품을 뿌렸으면 판촉물업계가 신문사 때문에 먹고산다고 하더라”면서 며칠 전 <미디어 오늘> 보도내용을 들먹였다. 예전엔 보험사, 카드회사, 일반기업들이 판촉물업계 단골이었으나 이젠 신문사가 으뜸고객으로 등장했다는 것. 판촉물치고는 고가인 5만~10만원대의 중국산자전거는 물론 카세트녹음기, 공기청정기, 도자기세트 등이 나돈다고 했다. 이 같은 판촉물의 비용은 신문사당 월평균 3억~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의 한 지국장은 “자전거를 한 번에 50~200대쯤 쓴다”며 “수도권 신도시 좌판의 경우 1000대 이상 나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조중동’ 전국 지국(보급소)수는 각 1400~1700개로 알려져 신문업계 판촉물 규모를 짐작케 한다. 여기다 드러나지 않는 홍보비까지 합치면 그 금액은 엄청나다. 서울일간지와 지방신문간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단적으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신문시장을 돈과 조직, 물량공세로 장악하고 자사이익에 연결시켜 지면을 꾸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런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이다.

‘자전거일보’와‘비데신문’

더욱이 지방신문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조중동’의 경우 “찍어내는 신문부수가 200만부를 넘는다”며 저마다 1등 신문임을 주장, 독자 빼앗기 싸움에 혈안이 돼있다. 전국을 하나의 나무로 보면 뿌리 격인 지방이 살아야 잎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이 번창해진다는 사실을 서울일간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일간지와 지방신문의 ‘빈익빈 부익부’문제를 떠나 ‘자전거일보’ ‘비데신문’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한 신문업계를 그냥 놔두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꼴이 된다. 제살 뜯어먹기 식이 되고 결국엔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러잖아도 신문이 영상매체로부터 자꾸 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판국이 아닌가. 지금이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조사는 물론 판촉물업계를 먹여 살리는 신문사에 대한 신문협회차원의 단속과 자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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