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혹은 불화? 최근들어 도민일보 사회면엔 주목할만한 두가지 사건이 등장했다. 하나는 음대 휴학생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음란사이트를 운영해오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 10개월 남짓한 기간에 8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도 놀랍지만, 어머니가 아르바이트생 10여명을 고용한 아파트에 상주하면서 이들에게 숙식까지 제공해온 것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 하나는 10대 대학휴학생이 공부하라 나무라는 어머니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체를 유기한 엽기적인 사건. 아들의 거동을 수상히 여긴 가족들에 의해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은 더 큰 비극이다.
두 사건의 본질적 공통점

모자가 협력해 범죄를 저지른 사건과, 모자간 불화로 어머니가 숨진 사건은 겉으로 보기엔 상반된 사건이다. 협력과 불화라는 단어 만큼이나 동떨어진 사건이다. 해서 사람들은 이 둘을 ‘어처구니 없다’거나 혹은‘패륜’이라는 손쉬운 말을 동원해 별개의 사건으로 이해하고 만다.
그러나 이 두 사건에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갈수록 심화되는 ‘세대차’혹은 ‘세대간 갈등’이 각기 다른 형태로 터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존속살해에 해당되는 후자의 경우 공부를 하라는 부모와 공부를 해야하는 자식간에 의사소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케이스다.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 사건을 일반적인 존속살해 사례로 치부하긴 어렵다. 이른바 디지털 세대라는 10대와 그 부모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표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현재 대다수 부모와 자식들이 이와 유사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전자는 돈벌이에 대한 이해는 일치했으나, 자식세대의 특성이 야기하는 일탈에 대해 무지하고 무기력하기 짝없는 부모세대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다.
디지털 세대의 문화코드인 인터넷을 이해하는 방법이 ‘자식을 도와 범죄를 저지르는 형태’로 나타난 셈이다. 이 또한 모자간 세대차가 몰고온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신세대를 지칭하는 ‘디지털 세대’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부모나 교사보다 더 많은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화 사회에 대한 적응력도 탁월하다. 그들에게 부모와 교사란 존재는 더 이상 우월한 위치에서 지식을 전수해주는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적응력이 그들보다 떨어지는 존재에 불과하다.
기성세대는 다들 디지털 세대의 이런 특성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에 침을 튀기지만 실천은 주장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 한편 기성세대는 디지털 세대가 “전 세대가 지키고자 노력한 도덕률을 고리타분한 유교의 찌꺼기로 여기고, ‘해야한다’는 당위 명제는 뒤로 제낀채 ‘하고 싶다’를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 경박한 세대”라고 표현한다. 이 말에는 디지털 세대역시 교화의 대상일 뿐이라는 ‘옛 사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충격과 엽기로 표현되는 두 사례와 기성세대의 심중에 깔려있는 보수적 색채를 종합하면 이미 세대간 간극은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판단된다. 부모 혹은 기성세대는 이제 디지털 세대의 활약(?)을 계속 두 눈 뜨고 멀건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디지털 세대의 특질을 몇가지만 음미해보자. 해답은 결국 제기된 문제속에 들어 있다.
활약(?)을 지켜만 봐야하나

“그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고 ‘나’중심의 언어를 즐겨 사용한다. 미용을 위해선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는데 적극적이며, 취향이 분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출한다. 취미는 다양하고 개성과 논리 면에서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한 번뜩이는 면을 보여주곤 한다. 이런 특징들은 자기개발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기주의나 무책임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성공과 출세 지향적이다. 돈과 성공을 위해선 도덕이나 윤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쉽고 편하게 빠른 방법으로 돈을 번다면 여러 가지 사회악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성세대의 삶이 스릴까지 있다고 인정하는 극단적인 신세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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