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외근부서로 나오게 됐다. 지방정치와 행정이 담당 취재분야로 떨어졌다. 경남도청과 도의회를 비롯, 각종 정당과 이에 관련된 시민단체 등이 주요 취재대상이다.

때마침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일을 기해 전면적인 지면혁신을 단행했다. 우리는 이번 지면혁신의 컨셉을 ‘도저히 지방지 같지 않은 진짜 지방지’로 잡았다. 그래서 서울의 정치권 소식을 전해주던 <연합뉴스>와 계약도 해지해 버렸다. 지방정치의 활성화가 목표다.

아울러 도민일보는 ‘모든 출입처와 취재원으로부터 욕먹는 신문’을 만들기로 다짐했다. 이 말은 취재대상이 되는 모든 기관과 단체를 성역없이 비판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엔 보수도 진보도, 여당도 야당도, 제도권도 비제도권도 예외가 없다.

취재원에게 ‘욕먹는 신문’

외근 취재부서로 나온 후 이런 역할에 충실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 결과인지 도청과 도의회는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쪽 모두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내친 김에 오늘은 이 지면을 통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도 할말을 좀 해야겠다. 10일치 도민일보 16면에는 내가 쓴 기사에 대한 지면평가위원회의 이런 지적이 실렸다.

“(경남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의 해외여행 관련) 기사를 보면 민주노동당 이경숙 의원의 해외여행 여부를 놓고 박동신 도지부 사무처장과 이 의원의 말이 엇갈린다. 처음부터 가지 않는 입장이었다는 박 처장과 가지 않는다고 하지 않은 이 의원 둘 가운데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이 대목을 짚지 않았다.”

이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반성한다. 독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왜 번복하게 됐는지를 분명해 알려줬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일 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도지부나 지구당 차원에서 지역의 각종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성명과 논평을 적극 발표해왔다. 그러나 이번 도의회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논평이나 해명도 내지 않았다. 다만 기자가 물어보면 어쩔 수 없이 대답해주는 정도의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지방의원들의 윤리 문제가 시끄러울 때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당 차원의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3대 지방의회가 출범하면서 도·시·군의원들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가입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역시 민주노동당은 침묵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서도 가입을 하는 의원과 거부하는 의원이 서로 갈라졌다.

이 때문에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교두보를 확보해놓고도, 정작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장 불거져 나오고 있는 현안들을 이토록 방임하고 있겠는가.

민주노동당은 지방분권에 앞장서라

당장 ‘민주노동당 지방의원 윤리강령’을 만들어 소속의원들에게 각종 선물공세나 로비에 대응하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해외여행에 대해서도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발표할 수 있다. 평통 가입문제도 마찬가지다. 가입해서 개혁에 앞장서든지, 아예 거부하고 해체를 주장하든지 내부토론을 통해 ‘당론’을 정할 순 없을까.

물론 다가온 대선 때문에 바빠서 이런 일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원내에 진출한 의원들을 통해, 기존 정당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더 효과적인 대선 전략이 아닐까? 중앙당에서 모르고 있다면 지역에서 이를 요구해야 한다. 아니, 도지부나 지구당에서 독자적으로 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정당조직은 철저히 ‘중앙집권적’이다. 진보정당 만이라도 ‘정당의 지방분권화’를 앞장서 실천해주길 기대한다. 만일 이 일을 못한다면 <경남도민일보>는 기꺼이 민주노동당에게도 ‘욕먹는 신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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