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파묻혀‘즐겁고도 고단한’바쁜 시간을 보냈다. 올해로 세살먹은 글쓰기큰잔치와 청소년 문학상을 치르면서 여러 심사위원들과 ‘글쓰기’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뒤 따르는 것은 ‘강한 책임’이었다.
글쓰기행사에 응모한 아이들은 스스로 쓴 경우도 있겠으나 선생님이 쓰라고 하니까, 혹은 엄마가 권해서 글을 냈을 지도 몰랐다.
한 학교에서 대거 보내진 엄청난 물량앞에선, 심사위원들은 또 대거 떨어뜨리면서도 미안해했다. 딴엔 참으로 신경써서 응모했을 것인데 이렇게 무더기로 떨어뜨려 어쩌나하고.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은 고쳐졌다. 그렇게 ‘양으로 밀어부쳐진’ 글은 아이답지 않았고, 내용도 안좋았다.


아이들의 글쓰기 방해하는 어른들

예를 들어 나비, 책상, 봄 같은 추상적 소재를 갖고 예쁜 말을 지어서 쓰기도 했다. 심지어 교과서 동시를 베끼기도 했다. 아이 자신의 생활과 관련이 없는 글감으로 글을 ‘지어냈으니’읽는 이가 감동을 느낄 수도, 생생하지도 않다.
이런 글은 본사주최 행사와 성격이 맞지않다. 우리는 적어도 아이가 아이답게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고, 어른 듣기좋은 말로 포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이건 글쓰기에서 무척 중요한 덕목이다. 더구나 글을 쓰는 이는 아이들이다. 평소 생활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어 글을 쓰는 것이 가능했다면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이들이 좋은 글 쓰기에 무척 나쁘다. 어머니와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어른들은 아이의 생각에 끼어든다. 엄마아빠가 싸워 속상했던 마음을 쓰기라도 하면 집안망신시킨다고 야단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의견을 쓰면 학교에 누가 될까 선생님이 손사레를 친다. 체험한 일 중에 기억나는 것을 쓰려고 해도 딱히 학교생활중에 체험하는 것이 없다.
그러니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해가 안되는 ‘계절’같은 추상적이기 이를데 없는 글감으로 쓸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법을 터득하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표현이 무엇인지부터 간파해 ‘눈치 글’을 쓴다. 글을 쓰고자하는 마음이 솟을 리가 없다. 차라리 동무들과 게임에 열중하고, 또래끼리만 통하는 은어를 쓰며, 또 때론 욕짓거리까지 써가며 은밀히 아이들끼리 소통할 뿐이다.
상황은 이런데도 아이들에겐 끊임없이 글을 지어서 쓰라고 강요된다. 저축, 환경, 통일 등의 글감으로 글을 쓰라고 하고, 또 어떤 이유에서건 주위의 독려를 받는 애들은 어른들 보기에 좋은 글을 써내고 “참 잘했다”는 상을 받기도 한다.(아이들에게 그런 캠페인성 글을 요구하는 풍토는 지양돼야한다.)


아이 생각에 끼어들지 말라

그러나 대다수 아이들은 그렇게 행사에 내몰리고 그 글이 잘됐는지 잘 못됐는지 작은 관심조차 받지못한다. 그 아이들이 불쌍했다.
심사를 하면서 내내 가슴아팠던 것이 그 부분이었다. 본사의 행사가 그런 부류여선 안되겠다는 자성도 했다. 적어도 좋은 글의 본을 보여주고, 이렇게 써보라는 방향제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여기게됐다.
해서 이 참에 선생님들과 어머니들께 당부드리고 싶다. 좋은 글쓰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또 잘한 아이만 칭찬말고 잘 못 쓴 아이들이 잘 쓸 수 있도록 끌어올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책을 골라 자주 읽히는 것은 물론이다. 학교도서관을 내집 드나들 듯 찾고 싶은 공간으로 꾸며줄 의무도 있다. 영어학원보다 좋은 우리말 글을 다듬어보는 훈련을 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아직도 할말은 너무 많은데~, 이 지면은 너무도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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