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살림살이가 풍부해진 것인가. 아니면 허세를 부리고 있는가. 옷가게, 가전제품 매장, 고급 음식점, 아파트 등등 어디에서나 명품과 대형, 고가품이 잘 팔리고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사고, 먹고, 쓰고 보자는 심리가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어 걱정이다. 외상이라면 소라도 잡아 먹는다고, 당장 돈만 안 내면 무엇이든지 하고 마는 소비생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알뜰하게 모아서 하나하나 장만해 나가던 서민들의 즐거움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부화뇌동도 심각한 지경이다.
벌써 몇년전의 외환위기 아픔을 잊어 버린 것일까, 또 한번 그때의 위기가 닥쳐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자는 사회풍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원 소비에 9원은 빚으로

한국은행이 최근 지난 4~6월 가계의 소비지출 동향을 파악한 자료를 보면 가계지출에서 신용카드 상품대금결제, 현금서비스 , 카드론 등 차입성 자금으로의 소비가 9%를 넘어서고 있다. 100원을 소비하면 9원은 자기 돈이 아니라 빚으로 물건을 산다는 뜻이다. 소비는 생산의 원동력이 된다고 하지만 도가 지나친 상태다.
또 올들어 청년층 가구(25~34세)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소득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가구주 연령이 25~29세인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0%였으나 소비증가율은 18.6%로 전체 소비지출을 주도했다. 30~34세 가구주는 소득이 7.5% 늘었으나 소비는 10.3% 증가했다.
하지만 40~44세 장년층 가구는 소득증가율 5.7%로 소비증가율 1.5%를 훨씬 앞질렀다. 젊은층의 소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일부에서는 자기가 특정한 사회계급, 특히 상류계급, 보다 특수한 유한계급에 속해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돈이나 각종 서비스를 아낌없이, 또한 헛되게 소비해 위화감마저 조성하고 있다.
특히 허영적 소비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끊임없는 선전과 광고로 인해 사람들에게 항상 욕구불만을 느끼게 하고 또 새로운 상품을 사지 않게 되면 무언가 허전하게 하고 있다.
자동차, 냉장고, TV 등도 대형 고가제품일수록 판매호조가 뚜렷해졌다. 경차와 소형 승용차의 판매는 감소했고 중·대형차는 늘고, 수입차는 100% 이상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지금의 소비행태가 소득수준의 상승, 기술발달에 따른 새 상품의 소비의욕, 소비에 관한 도덕의식 등이 급격히 변해 생긴 현상이라서 나무랄 수 없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너무도 외면하고 있다.

경제위기론 다시 꿈틀

주부들이 장바구니를 들지 않아도 안방에서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리기만 하면 물건을 구입할수 있어 ‘남편 말고는 무엇이든 다 살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홈쇼핑이 충동구매와 과소비도 조장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남발로 빚으로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일부 주부들은 쇼핑 중독에 걸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많을 뿐만아니라, 가계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나 이를 걱정하기는커녕 카드돌려막기로 다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건전한 소비생활을 위해 제도적인 장치도 만들어야 하겠다.
최근들어 한국에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국내외 경제연구소의 전망이 많다. 분수를 모르는 사치·소비 풍조는 개인이나 가계, 국가적으로 불행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외환위기의 아픔은 한번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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