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들어 산월(山月)을 바라보고, 머리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정야사(靜夜思)란 제목을 단 중국 이백(李白) 시의 한 구절이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들고 보니 산 위에 달이 선명하고 그 달을 보니 고향생각이 나서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는 내용이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 없는 사람 없듯이 고향 없는 이는 없다. 삶이 고달플 때 고향과 어릴 적 추억들을 떠올리다보면 어느 듯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 고향이 주는 위대한 힘인지도 모른다.
고향은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
명절 때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차량들이 꼬리를 무는 것도 그같은 맥락이 아닐까. 국내는 물론 외국에 나가있는 이들도 마음만은 늘 고향과 고국 쪽으로 향해 있다. 고향을 못내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수구초심(首邱初心)이란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서울에선 8일부터 3일 동안 제1차 세계한상(韓商)대회가 열린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동포기업인 800여명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국내 투자문제 등에 관해 논의하게 된다.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결집, 거대 한민족경제자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재미기업인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 목재업으로 인도네시아를 석권한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 등 쟁쟁한 교포기업인들이 참석한다.
특히 경남을 포함, 지방자치단체별로 투자유치설명회를 갖고 고향에 회사를 세우거나 공장을 짓도록 권유할 예정이다. 행사 후엔 시도지사의 안내로 재외동포기업인 고향방문행사를 마련, 비즈니스 이상의 뜻있는 만남의 장도 펼친다. 재외동포에겐 국내진출의 기회를, 국내 중소기업인에겐 해외사정에 밝은 교포기업인들과의 교류를 꾀하자는 취지다. 국내기업인과 동포기업인들을 네트워크화 시켜 양쪽 다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전략을 쓰자는 게 이번 대회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때늦은 감이 있다. 이스라엘, 인도, 싱가포르, 중국의 경우 수년 전부터 세계에 흩어져 사는 동포들을 모아 고국에 투자를 끌어들이고 애향 애국심을 심어주는 행사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은 얼마 전 남경에서 제6차 세계화상(華商)대회를 열고 5000여명의 화교기업인들이 고국사랑을 다짐하기도 했다. 등소평은 이들을 통해 중국 광동특구 심천특구를 성공리에 조성했다. 이 특구엔 80%이상 화교기업인들이 돈줄을 쥐고 있다. 중국은 6000여 만 명의 화교가, 우리는 전국민의 4%선인 600여 만 명이 외국에 나가 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숫자를 떠나 화교에 대한 정책부터가 우리보다 앞섰고 이들을 아우르는 모임의 시기 역시 훨씬 빠르다.
기업마인드를 가져라
중국의 사례와 서울 한상대회를 계기로 경남도와 각 시군에서도 인적자산인 출향인들을 고향으로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한다. 관청도 이젠 기업마인드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또 관할지역 안에만 머물지 말고 밖으로도 눈을 돌려 돈이 되고 인맥을 굳힐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과감히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국내외 출향인들을 네트워크화 시켜 경남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도록 적극 유도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 방안으로 2000년 말 출범한 재경경남도민회와 시군향우회를 창구로 출향 경남출신 기업인들을 연결, 한상대회처럼 운영해 봄직 하다고 본다. 나아가 재일본경남도민회 등 외국에 있는 경남기업인들도 같은 방법으로 꿰는 길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보석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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