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모 칼럼]전면적인 지면개혁 단행에 부쳐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지식을 아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게다가 대중매체의 주류가 수구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꽤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빠져있다.” 홍세화씨가 최근 시민운동가대회 강연에서 한 말이다. 참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두번째, ‘대중매체의 주류가 수구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음에도 자신은 꽤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구절은 가슴을 치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한달 벌이가 50만원을 겨우 넘는 사람이 급진성(?)을 보이는 정치인들을 ‘기본이 덜 됐다’거나 ‘너무 튄다’고 말한다. 그는 이른바 안정희구 세력이다. 마산합포 국회의원 8·8재선 유세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일도 있다. 모 당 후보는 잘 사는 사람들에게 ‘부유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실현성 여부를 떠나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볼 때는 통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노점상 행색으로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50대 아저씨는 “저런 허무맹랑한 소리만 하고 있으니 당선될 턱이 있나”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 이 후보의 말은 영원히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다.
비록 몸은 시골에 있지만?
줄기차게 사회개혁을 요구해도 뭣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건전한(?) 사고를 하는 것일까. 그 것은 두말할 나위없는 허위의식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수십년간 공들여 가르치고 교육한 결과물이다. 설령 신문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중동이 재단한 현상에 세뇌당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 결과다.
가증스런 허위의식중 또하나 눈여겨볼만한 게 있다. 몸은 시골(?)에 있으면서도 눈은 늘 서울을 향하는게 그것이다. 사고의 모든 초점을 서울에 맞추는 향경(向京) 기제는 지금 도를 넘어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사회를 말살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6일 우연히 들른 마산의 한 세차장. 서울지역 일간지들을 탁자위에 잔뜩 깔아놓은 주인아저씨는 “영업을 마산에서 하는데 지역소식은 궁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역소식이랬자 뭐 중요한 게 있겠느냐”며 “중앙정치권 돌아가는 소식만 유심히 보면 한국에서 사는데 다른 불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수가 수십쪽에 달하는 서울지역 일간지가 다루는 우리 고장 소식은 단신이 고작인데도, 세차장이 마산에서 영업을 하고 마산사람들을 고객으로 하는 업소임에도 그는 지역사회를 알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한편 그는 정치권 돌아가는 소식을 전문가 수준으로 풀이하면서 한국의 정치문화를 꽤 비판적으로 설명했다. 정치의식이 높은 것을 탓할 이유는 없으나, 그의 눈높이는 유별스러웠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서울지역 일간지들을 매일 정독한다고 했다.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답이다. 홍세화씨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대중매체의 주류가 수구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음에도 자신은 꽤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서울눈치 보지 않겠다
물론 이런 허위의식이 전부는 아니다. 지역사회를 살려야 한다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재래시장은 뒤로한 채 대재벌의 백화점을 발이 부르트도록 찾는 현실은 허위의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의식이 시골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도민일보는 1일부터 지방과 중앙소식을 적당하게 버무려 지면을 구성하는 구태를 완전 벗어던지기로 했다. 그 이유중 하나는 바로 허위의식 청산이다. 언론이 서울의 눈치를 보는 한 ‘경남 자립’이라는 슬로건은 영원히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는 인식에서다. 도민일보의 몸부림을 ‘이유있는 변신’으로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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