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선배 중에 ‘초밥광’이 있다. 뷔페에 가면 다른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초밥만 몇 접시씩 비워 식당 주인을 긴장시킨다. 또 누가 생선초밥을 먹었다고 말할라치면 귀가 솔깃해져서 같이 가지 않았다고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말하는 사람을 무안케 할 정도다.

   
 
 
선배가 이렇게 초밥에 열광하는 이유는 싱싱한 생선회와 밥을 간편하게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고, 깔끔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식집에서 파는 초밥을 한끼로 먹기에는 너무 비싸 즐겨 먹을 엄두는 못 낸다. 초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마산 오동동 차 없는 거리. 화려한 옷가게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조그만 횟집이 나온다. 빛 바랜 나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족관이 있는 조그만 홀에 20여명 정도 되는 ‘계꾼’들이 앉을 만한 방이 딸려 있다.

열일곱살 때부터 요리를 시작했다는 주인 김영인(56)씨는 창동과 고려호텔, 어시장 등에서 식당을 운영해오다 이곳에서 ‘고려횟집’을 연 지 15년쯤 됐다고 한다.

이 곳에는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스 요리’가 없다. 식사류로 초밥과 매운탕·복국·복찌개·회비빔밥·전복죽이 있고, 안주류로 새우튀김과 오도리·생선회·생선구이가 있다.

점심 시간에 맞춰 문을 열면 생선초밥(6000원)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일식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밑반찬을 함께 내서 한끼 식사용으로 먹을 수 있도록 내놓고 있다. 초밥에는 문어·새우·장어·전어 등 생선종류는 다 들어가지만, 주로 광어나 도다리를 많이 쓴다. 나이 많은 단골 손님들을 위해 연한 고기를 쓰려는 주인의 배려다.

초밥은 한 입에 쏙 넣어 먹기 좋은 크기로 8개정도가 나온다. “오래 하다보면 밥을 손에 쥐면 ‘가실가실(고슬고슬)’쥐이는 게 쌀 네댓 개만 들어와도 많고 적은 게 표가 난다”는 주인아저씨의 연륜이 묻어난다.

초밥을 한 입 넣으면 쫄깃하게 씹히는 싱싱한 광어회와 고슬고슬한 밥, 뒤통수를 짜릿하게 하는 겨자 맛이 어우러져 입안이 산뜻해진다. 초밥에 곁들어 맑은 생선국이 나온다. 회치고 남은 생선뼈를 파와 배추·양파를 넣고 푹 삶아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약간 비릿한 것도 같은데, 보통 일식집에서 나오는 일본식된장국을 찾는 손님들한테는 된장국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생선회 먹기를 꺼려하는 여름철에도 주인아저씨의 요리솜씨를 믿고 오는 단골들로 가게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 아저씨는 “코스 요리를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가게가 좁고 골목 안이라 내 주관에 따라 메뉴를 만들고 가격을 정한다”라며 “일식집에서 코스로 1만5000~2만5000원을 내고 먹느니 우리 집에서 그 정도 돈으로 초밥과 튀김·회를 시켜먹으면 거기보다 훨씬 잘 나온다고 보지”라며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055)246-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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