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5일 발표한 공기업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민간기업에 모범이 돼야 할 공기업이 오히려 시장경쟁의 룰을 무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한국통신 등 5개 공기업이 9382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 39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이날 다른 8개 공기업의 부당내부거래 및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부당내부거래와 독과점적인 지위 남용 행위가 공기업에 만연돼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 뒤쳐져 있는 공기업 개혁의 시급성을 절감케 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과거 시정조치에 불구하고 또다시 적발된 도로공사와 주택공사는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반복되는 부당내부거래

공정위는 그동안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아 동반부실을 초래하는 부당내부거래 차단에 전력을 쏟았지만 차단은커녕 똑같은 법위반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99년 5월 고가의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를 부당지원했다가 적발된 주택공사와 도로공사는 이번에도 같은 자회사를 돕다가 적발됐다.

주택공사는 지난 99년 6월~2000년 10월 자회사 뉴하우징과 민간 주택관리업체에 분양·전세주택을 위탁·관리하면서 뉴하우징에만 관리소장 인건비 4억500만원을 지급하고 임대료·임대보증금의 회수를 늦추면서 지연이자 6200만원을 받지 않는 등 4억67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는 지난 98년 8월~2000년 12월 민간업체에 임대한 고속도로 휴게시설에 대해서는 흑자 및 적자에 관계없이 임대료를 징수한 반면 자회사인 고속도로관리공단에 임대한 14개 휴게시설에 대해서는 적자운영을 이유로 임대료 14억6500만원을 감면해 준 것이 공정위에 적발됐다.

도로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등 4개 공기업은 2000년 5월~2001년1월 자신들이 출자한 한국건설관리공사에 138억원 규모의 공사책임 감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면서 경쟁입찰때보다 7.9-20.8% 높은 가격으로 계약, 13억7천800만원의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98~2000년 자사 소유 사원아파트를 자회사 한국가스기술공업에 임대하고 임대료 1억93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의 공사를 한국가스기술공업에 발주하면서 임대료와 공사비를 상계 처리하지 않고 공사비를 지급해 사실상 무상 임대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독점적 지위남용

공기업들은 자신들이 시장에서 독과점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 거래업체에 횡포를 부린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부분이 자기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떠넘기거나 자재보관료 등 간접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도로공사는 98년 2월~2000년 10월 20개 거래업체로부터 현금으로 납부받은 계약보증금 및 하자보증금을 이행보증서로 대체하고 돌려줄 때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에 의한 반환이자 4억69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공사는 99년 11월 잘 팔리는 부천 상동지구 공동주택지를 판매하면서 잘 안팔리는 인천 마전지구 공동주택지를 끼워팔았으며 주택공사는 남양주 청학 1공구 아파트 전기공사 등을 하며 자기가 부담해야 되는 `전기 사용전 검사비용' 3200만원을 시공업체에 전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96년부터 17개 댐 및 하구둑의 휴게소·매점을 민간업체에 임대하면서 판매가격을 자신과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해지할 수있도록 임대차 계약을 맺고 운영에 간섭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난방공사는 98년 2-3월 이중보온관 공급업체와 11억6천만원어치의 구매계약을 맺고 납기가 임박해 1억7천600만원어치의 발주는 취소하고 납품받은 이중보온관은 납품업체 공장에 보관하면서 보관료를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기반공사는 2000년 능제지구 등 4개 지구 수리시설 개보수 공사대금을 시공업체에 몇차례 나눠 분할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1400만원을 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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