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탄 소백을 위시해 기마병들은 포숙아의 고함소리에 얼른 말을 멈췄다.

모두는 포숙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아무 것도 없잖소?”

소백은 갑자기 나타난 숲을 가리키며 투덜거렸다.

“무언가가 움직였습니다. 위험합니다. 소백님을 해칠 자들인지도 모릅니다. 잠깐 되돌아 갑시다.”

모두가 말머리를 돌리는데 화살 한 대가 휭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앗!”

외마디 비명을 지른 건 소백이었다. 그는 갈길이 다급한 나머지 불평스럽게 버티다 화살을 맞은 것이다.

소백은 말 잔등으로부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소백공자께서 화살을 맞으셨다. 어서 모시고 뒤로 물러가자!”

기병장이 소백을 서둘러 말 위로 다시 실었다.

십 리 정도 달렸을 때였다. 추격병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치명상을 입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소백이 그제서야 갑옷을 털며 일어나 앉았다.

“포선생, 고맙소. 생명의 은인이오. 갑옷을 단단히 껴 입으라던 그대의 충고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소.”

실상 소백은 화살을 심장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그러나 워낙 갑옷을 두껍게 입어 화살 끝은 채 심장에 닿지 못했고 다만 그 충격으로 말에서 떨어지며 잠시 기절했던 것이다.

“마침 잘 되셨습니다. 그런데, 숲속의 복병이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짐작도 못하겠소!”

“규공자 일행입니다.”

“그걸 그대가 어떻게 아오?”

“소백님께서 서둘러 귀국하실 줄 알고 먼저 와 기다렸다가 살해하신 겁니다.”

“그럼 난 죽은 거요?”

“잘됐지 뭡니까. 저들은 소백님께서 사망하신 줄 알고 쾌재를 부르며 안심하고 천천히 천천히 귀국길에 오를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오?”

“샛길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저들이 희희낙락거리며 늦걸음 치는 동안 우리는 재빨리 귀국해 소백님께서 왕위에 오르시면 됩니다. 그러면 만사가 끝이지요.”

“그들이야말로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겠구려!”

과연 포숙아의 말대로 제나라로 귀국해 소백이 왕위에 오를 동안 그 어떤 장애도 없었다.

한편 규공자 일행은 소백이 백보 앞에서 화살을 맞으면서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며 소백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젠 바쁠 게 없습니다. 규공자께선 귀국하시어 절차를 밟아 군위에 오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유일한 경쟁자가 사라졌으니 이젠 규공자님의 앞길은 탄탄대로지요.”

관중의 말에 규공자의 입은 째질만큼 벌어졌다.

규공자 일행이 보름씩이나 시일을 허비하며 제나라 수도 임치성 가까이 다가왔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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