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던 초등학교 여학생이 사설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면서 학교에 다닌다는 보도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교육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경찰청이 지난 9월 중순부터 두달간 학교폭력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 불량서클 회원 등 모두 5666명을 검거해 이중 702명을 구속했다는 사실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대검이 발간한 ‘자녀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백서에 따르면 전국검찰에 학교폭력 신고전화가 설치된 지난 97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접수된 신고 전화는 모두 1만7641건으로 집계됐다. 학교폭력으로 숨진 학생이 8명, 313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485명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정신적 괴롭힘으로 인해 18명이 자살을 기도하고 270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등교를 꺼리는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따돌림이나 학생들간의 폭력뿐만 아니라 성장과정의 청소년들의 심신을 파괴하는 어떠한 폭력도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학교폭력은 정신적인 부적응이나 인격의 파괴에까지 이르게 하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다. 이러한 폭력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가정교육의 부재와 성적 지상주의의 입시위주 교육, 그리고 폭력을 미화하는 상업주의 문화가 학교폭력문제의 원인 제공자다.

대검 강력부는 지난 4일 전국 소년사건 전담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가해학생을 모두 소환 조사키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문제는 검찰이나 경찰의 물리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해결은 먼저 학교교육의 정상화에서 찾아야 한다.

학교가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상급학교의 진학을 위한 지식을 암기케 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학교폭력의 해법은 없다. 텔레비전의 드라마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폭력을 미화하고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온갖 상업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서 학교폭력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폭력문제의 책임을 통감하고 원인 분석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학교폭력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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