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검문소 경찰관들의 복무자세가 엄격해지고 법규위반차량에 대한 단속이 한층 신랄해졌다. 한 택시 운전사는 이런 말을 했다. ‘계도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해 의경들이 스티커 발부에 악착같이 매달린다. 요즘 들어 이상하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며칠 전이라면 경남지방경찰청장이 바뀐 시기다. 각 지역 경찰서장들이 신임청장을 맞아 치안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예시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들이 그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스티커를 열심히 끊어서 벌과금 실적을 올리는 것은 경찰조직 내부의 공헌은 될지언정 시민보호라는 치안목표와는 어긋나는 일이다. 검문검색 역시 최소화·상대화의 필요악적 차원에 머물러야지 그것을 절대적 가치로서 경찰활동의 본위로 삼아서는 안된다. 시민을 편안하게하는 경찰이 민주경찰의 최고 지향점이요 단죄보다는 예방이 치안의 본질임을 알아야 한다.

신임 성락식 경남경찰청장은 이 지역 근무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위직 간부경찰로서 수년간 전국치안업무에 봉직하고 있는 만큼 그의 실무력을 간과하지는 않겠다. 그가 취임하면서의 첫 일성 ‘인권 경찰이 되겠다’는 말에 특히 주목한다. 그러면서 국민은 경찰로부터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백히 했다. 백번을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은 또 많이 들어온 말이다. 누구라도 경찰 요직에 앉으면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을 주저치 않는다. 듣는 사람에 따라 감동하기도 하고 식상해 하기도 한다. 그 점을 고려해서 인권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신임청장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기를 기대한다. 말은 다만 말로써 흘러가 버리면 아무것도 될 일이 없다.

말의 바탕은 철학이어야 하고 철학은 그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어야 된다. 경찰 개혁이 진행중에 있다고는 하나 우리 경찰이 민주경찰로 이행된 기간은 일천하다. 아직도 경찰 구석구석에 상존해 있는 비민주적 요인들을 철저히 색출해서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 경찰이 투명해지면 명랑사회는 저절로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므로 인권과 서비스를 위한 실질적 행동요강이 과연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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