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서 진행돼 온 ‘폭탄돌리기’ 게임이 드디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고채 금리가 불과 며칠새 1%포인트 정도 폭등하는 반등세로 돌변했다.

채권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 급락과 급반등으로 이어진 이번 장세로 인해 일각에서 과도하다고 지적돼 온 단기딜링 시장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가져다줄 것으로 우려했다.

◇국고채 3년물 수익률 4.99%→5.80% =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2001-1호는 지난 12일 장중 한 때 4.99%에서 거래가 체결되며 4%대 진입에 성공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대에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때만해도 시장에서는 금리가 많이 내린 것은 사실이나 반등세로의 전환을 내다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중반 한국은행 총재의 ‘국고채 금리 과열’ 발언은 급락직후 방향을 탐색하던 채권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던졌다. 국고채 수익률은 이후 반등세로 돌아서 급기야 이날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2001-1호가 5.80%까지 올랐다.

거래일수 9일만에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치솟는 폭등세를 보인 것이다.

경과물인 국고채 3년물 2000-12호는 이날 6.00%선에서 거래가 체결됐으며 국고채 3년물 2000-10호는 6.30%까지 오르는 등 국고채 3년물 경과물은 6%대로 올라섰다.

국고채 5년물 2001-2호도 지난 12일 5.09%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6%대로 뛰어올랐고 이날은 6.30%까지 거래됐다.

◇금리 왜 폭등했나 = 지난주 중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기관들의 국고채 투자가 현재 과열이 우려된다’고 언급한 발언이 뇌관이 됐다.

그간 단기딜링 위주로 금리가 내리면서 채권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으나 한은 총재의 과열 발언은 국고채 금리가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로 작용했다. 또 국내 경기가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는 금리하락의 버팀목이었던 추가적인 금리인하 재료가 불확실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미국의 지난 1월 중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의 기대치 이상으로 크게 오른 것으로 발표되자 경기둔화 억제를 위한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이 가시화하는 등 대내외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재경부는 국고채 금리 수준을 외평채 금리에 환위험(스왑레이트)을 더한 수준에 안전자산선호 등의 알파를 반영한 합계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도 국고채 5% 금리를 적정선 이하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채권전문가들은 최근의 채권시장 특성에 대해 채권수익률 급락에 따른 버블화 우려 대두, 경기 변환기 진입에 따른 금리향방에 대한 불확실성, 과거 경기 바닥기에서 주가와 채권수익률이 상반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던 통계치, 국내 유동성 공급확충 지속 등의 변수들 사이에서 시장참여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단기매매차익을 노리는 딜링장세는 좀 더 지속될 듯 =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음에 따라 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따라서 시중의 유동성은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자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고채 금리가 급락 후 급등함으로써 시장이 금리변동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새삼 깨닫게 됐으나 국내 경제 펀더멘털즈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은투신운용 문동훈 채권운용팀장은 “4%대로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국고채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불투명하다”며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관망세를 취함으로써 시장체력 위축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한투신운용 류희대 채권운용팀장은 "국고채 금리는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과무관하게 단기딜링의 목적에 의한 수급요인으로 내렸다가 과열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며 "기관이 손절매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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