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전범처리를 위한 유엔 국제전범재판소는 22일(현지시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이슬람교도 여성을 성폭행하고 고문한 혐의로 전쟁범죄 및 반인륜죄로 기소된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3명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최고 28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전시상황에서 방어능력이 없는 여성을 상대로 성적 굴종을 강요하는 성적 범죄를 반인륜적 범죄로 규정, 가해자를 전범으로 처벌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전시 여성을 상대로 한 성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이날 드라골류브 쿠나라치(40) 피고인에 대해 성폭행과 폭행죄로 28년, 라도미르 코바치(39) 피고인에 대해서는 성폭행과 노예화죄로 20년, 조란 부코비치(45) 피고인에게는 성폭행과 고문죄로 12년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장인 플로렌스 뭄바(잠비아) 판사는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군이 성폭행을 테러의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들을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전범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들은 92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에 점령된 사라예보 남동쪽 포차에서 학교와 운동시설·모텔·가정집 등에 이른바 ‘강간캠프’를 차려놓고 이슬람교도 여성들을 성폭행·고문하고 노예화하거나 인간적 존엄성을 모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제까지 전범재판소가 성폭행범을 전범으로 규정, 처벌한 경우가 98년과 99년 두차례 있었으나 여성을 상대로 한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성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또한 문명화된 사회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위해행위의 일환으로 행해진 성폭행과 성적 굴종 강요, 강제매춘, 강제임신, 강제불임 등의 행위는 반인륜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제형사법원(ICC)의 법령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전시 여성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성단체들은 보스니아 이슬람 여성단체가 형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있지만 전시에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여성이 받는 고통의 심각성에 대해 국제사회가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도 성적 범죄 행위를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규정한 첫번째 케이스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이번 판결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3월20일 시작된 이번 재판은 신원 보호를 위해 번호로만 식별된 성폭행피해자 16명을 비롯해 보스니아계 여성 피해자 수십명이 `인종청소' 차원에서 자행된 끔찍한 성폭행과 고문의 실상에 대해 증언해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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