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쫀득 주꾸미 씹으며 소주 한 잔 ‘침 넘어가는’ 양념에 밥 한 공기

‘롱다리’낙지는 틈만 나면 주꾸미에게 ‘숏다리’라고 놀렸다. 화가 난 주꾸미는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작은 고추’를 찾아갔다. 주꾸미와 고추의 환상적인 만남은 ‘주꾸미 양념구이’로 거듭났다.

아파트촌인 마산 내서읍 삼계리의 한 골목에 자리잡은 ‘어람촌’. 가을철 별미로 꼽히는 장어구이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이 집의 별미는 주꾸미 요리.

동네에서 “주꾸미 집으로 와”라고 하면 사람들은 의심 없이 어람촌을 찾는다. 원래 주꾸미는 봄철이 제 맛이지만 요즘은 사시사철 인기 있는 메뉴다. 숯불과 양념구이가 있는데 입맛을 당기고 싶을 땐 역시 매콤한 주꾸미 양념구이가 일품.

새빨간 고추장에 골고루 양념되어 나오는 주꾸미 양념구이를 보니 떡볶이 같다. 떡 대신 주꾸미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큼직큼직하게 썬 양파와 대파, 고추가 잘 버무려있다. 가끔 부모를 따라 온 어린 손님들을 위해 떡 사리를 넣어주기도 한다. 그 붉은 색을 보고 있자니 입안에 고이는 침과 함께 소주 한잔의 유혹을 떨칠 수 없다.

매콤한 양념과 쫀득쫀득한 주꾸미를 씹는 맛을 음미하고 나면,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을 수 있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또 술안주로 깔끔하고 씹는 맛이 고소한 주꾸미 숯불구이도 괜찮다.

주꾸미는 불포화지방산과 DHA를 함유하고 있으며, 담석용해는 물론 간장의 해독기능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있다. 거기다 당뇨병을 예방하고 시력회복 및 근육의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건강 음식으로도 만점.

원래 ‘어람촌’은 장어구이 전문 체인점이지만, 3년전 이곳을 인수한 신남경·정선주 부부는 간판만 안 바꾸었을 뿐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장사를 해오다 식당은 처음 열었지만, 정선주씨의 숨은 음식솜씨가 발휘되면서 지금은 단골이 꽤 늘었다.

음식 장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내가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남해안 장승포에서 구해오는 싱싱한 주꾸미에 신토불이 재료로만 만든 양념을 아끼지 않고 음식을 만든다.

음식 재료는 전날 미리 일일이 손질해 마련해두고, 주인 부부는 식당 홀에서 음식을 나르며 직접 손님을 맞는다. (055)232-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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