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경남도내 연극계는 지속되는 경제침체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전진도 후퇴도 없는 정체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연극계는 고무적인 측면과 자조적인 측면이 병존했던 해였다.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올해로 12회를 맞은 거창국제연극제가 국제연극제로 완전히 정착했다는 점이다.

지역 극단의 국제무대 활동 통로

또한 이런 국제연극제를 통해 지역 극단이 프랑스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지역연극과 한국 연극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8월 일본·프랑스·이탈리아·나이지리아 등 4개국 5개팀과 국내 20여개팀이 참가해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25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 제12회 거창국제연극제는 총5만여명의 관객이 연극제를 찾아, 서울국제연극제나 과천 세계공연예술제 등과 함께 국내 정상급 국제연극제로 정착했다는 평을 받았다.

독특한 무대설치로 경쟁력 키워

또 이번 국제연극제에서 보여준 공연장도 은행나무 야외극장·거창 수승대 야외극장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한 공연장과 폐선박을 이용한 선박극장, 강을 이용한 다리극장 등 독특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는 점에서 거창국제연극제를 다른 세계 연극제와 경쟁할 수 있도록 특화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거창극단 입체가 프랑스 아비뇽연극제와의 교류와 우리 연극을 세계에 알리는 돌파구 역할을 했으며, 특히 입체의 〈초분〉이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으며 공연되고, 희곡 대본이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되는 등 한국 연극의 국제화에 크게 기여했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지역 연극과 한국연극을 국제무대에 알리고, 국제화에 기여했다는 점에서는 올해 지역 연극계가 얻은 최대의 소득이다.

기량 향상 눈에 띄는 청소년연극제

이와 함께 경남청소년연극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9월 김해에서 올해 4회째를 맞은 경남청소년 연극제는 도내 6개 시·군의 고등학교 팀들이 참가하여 열띤 기량을 겨루는 등 미래의 지역 연극을 이끌 꿈나무를 키우는 장으로 정착되어가고, 해를 거듭할수록 청소년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이다.

이같이 국제연극제가 정착되고 미래의 연극을 이끌 인재들의 기량이 향상된 반면, 도내 극단의 질적 향상을 위한 활동은 침체되고, 소규모 행사위주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데 대해 자조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는 97년 말부터 불어닥친 경제한파가 연극계를 침체의 늪으로 빠트린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순수창작 연극제작 편수가 떨어지고, 정부 지원금을 얻기 위한 작은 행사위주의 연극공연을 지속적으로 펼쳐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순수창작품 제작 거의 없어

이런 연극계의 흐름은 연극인들의 생계문제와 순수창작작품에 투입되는 자금이 부족한데에서 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창작공연에 따른 제작비 때문에 올해 순수창작 연극의 제작편수는 거의 없었던 실정이다.

각 극단이 공연한 연극은 순수창작극이 아닌 기존에 공연했던 작품들로 ‘레퍼토리시스템’에 의해 채워졌다.

‘레퍼토리시스템’은 연극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한 극단이 기존의 의상과 무대세트를 활용하면서 공연비용이 적게 드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이 경우 연극의 명맥만 이어가는 수준에 그치기 쉽다.

또한 연극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소극장이 경제위기 이후 도내 전체적으로 총 10개에서 6개로 줄어 소극장 위주의 작은 공연 횟수도 줄어들었다.

예년 답습·소규모 공연 위주

이에 따라 지난해를 답습하는 소규모 행사위주의 공연들을 펼쳐왔다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연극 발전의 모태는 작품활동을 통해 연극수준을 향상시키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 연극계와 견줄만한 역량을 키워야하는데, 외형은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정체성을 찾지 못한 행사를 치르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도·시립 극단 만들어 신인 키워야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연극계에서는 하루 빨리 도·시립극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립극단을 만들어 신인배우나 연출가들을 꾸준히 양성하고, 또 기존의 실력을 갖춘 연극인들을 도·시립극단이 흡수해 지역연극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연극계에서는 경남연극인 합동공연을 계획하는 등 침체된 도내 연극계의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꾸준한 활동을 펼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굳이 도민의 혈세를 별도로 들여 도·시립극단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해서 ‘진정한 연극의 활성화’에 대해선 다각적인 의견교환 및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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