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바친 공장 무일푼 나가야 하나"

태광특수기계 노동조합(위원장 손상수)이 지난달 17일부터 마산시 석전동 경남은행 본점 앞에 천막을 치고 2개월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노조원과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화 촉구 및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빠짐없이 열고 있다.

△경남은행에 임금채권 배상 요구

이미 알려진 대로 태광특수기계는 파산선고를 받고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회사로 경남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3월 31일 400여억원의 부채를 지고 부도를 맞았으며 곧바로 화의절차 개시 신청을 창원지법에 냈으나 8월 27일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어서 경영진이 퇴진한 가운데 노조가 중심이 돼 지난해 10월 29일 회사정리 절차 개시 신청을 냈으나 올 9월 6일 관계인 집회에서 경남은행이 불참해 법정관리 동의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28일 최종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았다.

노조는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경남은행의 책임이 크다며 퇴직금과 체불임금 등 임금채권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노조원 270명에 대한 체불임금은 임금 20억원, 퇴직금 77억원, 상여금 21억원, 연·월차 등 수당 11억원 등 130억원으로 1인당 6000만원 정도 된다.

노조는 이 가운데 근로기준법상 우선변제가 보장돼 있는 임금 3개월치와 퇴직금 250일치 등 모두 30억원에 대한 은행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남아 있는 회사 재산으로는 1인당 2000만원 정도 되는 이 금액도 거의 건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회사재산 많아야 3억원”

남아 있는 회사 재산은 공장 터와 기계 등 시가로 100억원 정도 되지만 경매를 통해 이들 재산이 넘어갈 경우 많아야 60% 수준에서 경락되므로 60억원 정도로 보는 것이 당연하고, 경남은행이 갖고 있는 최우선 변제 채권 41억 5000만원과 체납세금·공과금 15억원, 노동부에서 생계를 위해 받아 쓴 체당금 2억여원을 빼고 나면 임금으로 받는 돈은 많아야 3억여원밖에 안된다는 것이 노조의 계산이다.

이 3억여원을 노조원 270명이 나눠가지면 1인당 1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 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 10여 년 동안 청춘을 바쳐 일해온 대가로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주거래은행인 경남은행이 부도 이후 지난 1년 동안 회사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담보 잡은 물건에 대해 처분권을 행사, 67억원 가량을 챙겨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은행이 이처럼 처분권을 행사한 담보물은 대부분 노조원의 임금채권보다 순위가 떨어지는 채권이고, 임금채권에 앞서는 최우선 변제권은 오히려 행사하지 않았다.

△ “경은 채권회수에만 골몰했다”

지난 1년 동안 노조는 회사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임금채권을 확보하기보다는 체불임금 반납·상여금 반납·수당 등 복지 부문 삭감 등으로 법정관리를 통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경남은행은 채권 회수에만 골몰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의 요지다.

말하자면 지난해 8월 화의 신청이 기각됐을 당시부터 은행이 법정관리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노조도 바로 임금채권에 대해 가압류해 해당 금액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은 당시 노조의 자구노력에 대해 “최대한 협조하겠으니 열심히 해보라”면서 법정관리 신청에 매달리게 해 놓고 그 사이 노조원의 임금채권 보다 후순위에 있는 채권 67억원에 대한 담보물(한솔pcs와 경남은행 주식 등 37억원 어치와 임원의 주택 등 타인 자산 30억여원 어치)을 처분해 노조의 임금채권 확보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노조 손상수(39) 위원장은 “경남은행은 노조가 법정관리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채권 회수에만 열중했다”며 “특히 임금채권보다 순위가 밀리는 89년 3월 26일 이후 채권에 대한 담보물 67억여 원어치를 지난 1년 동안 집중적으로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중요한 절차인 지난 9월 6일 관계인 집회 때는 경남은행이 불참해 결과적으로 파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태광특수기계와 거래하고 있던 300여 업체가 동의했지만 담보채권의 80%,정리채권의 4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경남은행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률 규정에 따라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 된 것이다.

△거래은행은 묵묵부답

노조는 경남은행에 대해 법률적인 책임은 물을 수 없지만 노조가 법정관리 신청에 매달려 임금채권에 대한 재산 가압류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놓고 임금채권보다 뒤처지는 후순위 채권에 대한 담보물을 집중 처분한 데 대해서는 도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퇴직금 등 6000만원에 이르는 임금채권 전액은 아닐지라도 법률상 보장된 임금 3개월치와 퇴직금 250일치 등 2000만원을 받아낼 때까지는 농성과 항의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노조의 면담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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