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계자들은 영어 연극이 유치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초·중학교 학생들 모두 영어에 흥미를 느끼고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얘기한다.

특히 수용능력이 뛰어나고 기억력이 한창 발달되는 시기인 유치부 아이들에게 귀를 열게 하고 말문을 트게 한다는 점에서 영어연극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연극은 ‘사업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도의 영업전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부모들에게 1년간 배운 성과물을 보여주는 것으로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계속 영어연극발표회는 늘어날 것이라고 사설 학원장이나 교육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지만 실제 영어연극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고 있으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어린이 영어연극을 발표한 나경(6)이는 연습하는 내내 집에 돌아오면 “평소대로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발표회 날짜가 다가오자 학원에서 집중적으로 연극연습을 시킨 것이다. 발표회 며칠 전에는 한차례 코피도 쏟았다.

또한 발표 당일도 자기순서를 기다리느라 지칠대로 지쳤다.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무대에 한번씩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단 몇 마디를 위해서 무대 뒤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나경이 부모는 이번 연극을 위해 나경이에게 1만5000원짜리 드레스도 한 벌 해 주었다.

이렇듯 무리하게 ‘보여주기식’의 영어연극 발표회 준비는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제대로 된 영어연극 발표를 보여줄 수가 없다.

지난해 부산의 한 어린이 영어연극발표회에서 이렇게 나열식으로 흘러가는 연극을 지켜본 마산 중리 ㅁ학원의 ㄱ원장은 지난 11월 영어연극 발표회를 하면서 50명의 원생들 중 4명의 아이들만 무대에 올렸다.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왜 우리 아이는 연극에 참여시키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먼저 학원에 온 아이들 순으로 연극에 필요한 인원만 참여시킨다는 원칙을 지켰다.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을 설득시키고 연극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영어노래나 다른 장기발표의 무대에 올리는 식으로 처리했다. 단 무리한 영어연극발표만은 하지 않았다.

경남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조미원 교수는 “앞으로 어린이 영어연극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앞으로가 문제인데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게 얼마나 재미있게 그러나 제대로 가르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조교수는 현재 어린이 영어연극의 한계와 대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영어연극을 가르치기 위한 전문인들을 제대로 배출하고 있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선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체계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로는 영어연극을 하기 위한 적절한 대본의 부재를 꼽았다. 현재 아이들의 영어연극 대본은 <콩쥐팥쥐> <신데렐라> 등 동화들이 대부분으로 영어연극의 목표는 연극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어구사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즉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 파티’ 등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을 연극으로 만들어 실생활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즉 발표회가 다 되어서야 집중적으로 영어연극연습을 시키기보다 평소 수업시간에 역할극을 통해 꾸준한 연습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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