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숙주·다진 칡한우고기…벅벅 비비면 침‘꼴깍’한술 뜨면‘뿌듯’

의령에는 유명한 향토음식이 많다. 망개떡·칡한우·메밀국수·쇠고기국밥 등은 ‘원조’를 내세우며 몇몇 가게들이 의령읍내를 중심으로 자리잡아 지금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이야 어디든 널린 게 음식점이지만, 인구 3만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시골 동네인 의령에는 이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음식점 외에는 그럭저럭 생계 수단으로 운영하는 식당들이 몇몇 있을 뿐이다. 지나가는 길손에겐 그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을 맛보는 게 당연한 거겠지만, 괜한 ‘객기’를 부려 찾아간 곳이 선진분식.

의령초등학교 앞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밥·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집으로 문을 열었지만, 꼬마 손님보다는 직장인 단골이 더 많다. 작은 읍내에 관공서들이 모여 있다보니 점심·저녁때는 비빔밥과 손칼국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색다를 게 없는 비빔밥이지만 이 곳 비빔밥에는 고사리·당근·콩나물·숙주 등 여러 가지 나물에 지역특산물인 칡한우를 다진 고기가 들어간다. 워낙 비싸서 쇠고기만 쓰기에는 힘들고 돼지고기와 섞어 잘게 다져 양념한 고기를 넣는다.

대접에 나물과 다진 고기를 보기 좋게 깔고 반숙한 달걀 부침을 얹은 뒤, 고추장 한 숟가락을 넣고 깨소금을 아낌없이 뿌렸다. 주인 아줌마의 깨소금 인심이 얼마나 좋은 지 “깨 장수 딸이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 야들야들 씹히는 고기 맛과 깨소금이 범벅이 된 비빔밥(3500원)이 고소하기만 하다.

장사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최춘노(37)씨가 식당을 열 게 된 건 1년 전쯤.

논산에서 분식집을 하는 동생에게서 메뉴를 익히고, 음식솜씨 좋은 언니의 도움으로 칼국수 양념장 만드는 법을 배웠다. 비빔밥과 함께 김밥(여기에도 양념고기가 들어간다)과 칼국수가 3대 메뉴다. 갓 장사를 시작했을 땐 밀려드는 김밥 주문에 밤새 김밥을 싸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이 커’음식재료를 아끼지 않는 탓에 맛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손칼국수 역시 겨울철에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로 인기 있다.

면 종류를 좋아한다는 최씨는 손칼국수 만드는 법을 좀 더 연구하고 맛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점을 꿈꾸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가면서 음식에 대한 애정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객기를 부린 길손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고소한 비빔밥 한 그릇이면 충분했다. (055)573-7005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