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민주동문회, "진압용 최루탄 암 발병 가능성"


지난 90년대 초 경상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시위에 앞장섰던 4명이 비슷한 시기에 암 판정을 받아 최루탄에 의한 발병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상대 민주동문회(회장 이영주)는 지난 90년부터 93년까지 학생운동을 주도하던 김성원(36·현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 정책실장)씨를 비롯, 박진향(31)·장세정(31)씨 등 3명이 암판정을 받고 현재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원모(여·31)씨는 지난 98년 암으로 숨졌다.

이들은 모두 당시 3당 합당반대와 민자당 타도투쟁 및 고 강경대열사 치사사건 등과 관련 진주지역에서 벌어진 학생시위에 적극 가담했다.

특히 김성원씨는 90년 당시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으로 시위를 주도했으며, 박진향씨는 노래패 활동 등 문화운동을 하며 시위에 가담했다. 또 장세정씨는 당시 민중문학 동아리 ‘울력’ 출신으로 동아리연합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학생운동에 투신했으며, 숨진 원씨도 운동권 노래패 ‘빛소리’ 출신으로 시위에 적극 참여했다.

민주동문회 김진석 사무국장(36)은 “진주지역 외에도 민주화청년협의회소속으로 시위에 가담했던 김모(55·서울)씨 등 시위에 앞장섰던 10여명이 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시 경찰이 과도하게 사용한 최루가스 성분이 발병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상대 민주동문회가 9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의 잇단 암 발병 사례를 들어 최루탄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섬으로서 최루탄의 성분과 독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의학계에 따르면 일단 지금까지 최루탄에 의한 암 발병 사례에 대한 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삼성병원 혈액종양 전문의 박경태 과장은 “경상대 출신 젊은이들에게 발병했다는 갑상선암과 임파선암·소장암 등은 발병부위로 볼 때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현재로선 최루탄에 의한 발병가능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의문이 제기된 데는 공교롭게도 당시 시위에 적극 가담했던 인물들의 암 발병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일부 백과사전 등에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 명기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최루탄의 정확한 성분분석이나 정밀조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쉽게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용해온 최루탄은 ‘사과탄’이라고 하는 KM 25탄, 총에 장전해 쏘는 SY 44탄, 발사기를 장착한 차에서 쏘는 다연발탄 등 3가지로 구분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최루탄은 외국의 그것에 비해 독성이 너무 강해 수출이 거부되는 일도 있었으며, 87년 6월항쟁 직후에는 ‘국민생명 위협하는 최루탄을 추방하자’는 범국민적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브리테니커 사전에는 최루탄의 독성과 관련, “최루탄은 안전수칙 소홀로 인한 직접적인 부상 외에도 눈이 따갑다든가 수포발생·구토증세·호흡곤란을 일으키며, 피부염·가려움증·비염과 불임증·기형아의 출산 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90년대 당시 시위에 적극 가담했던 운동권 출신이 암에 걸린 사례는 이번에 밝혀진 경상대 출신 4명 외에도 지난해 창원대 87학번으로 시위때마다 선봉대 활동을 하던 김수환씨(34)가 위암으로 숨졌으며, 마산전문대 학보사 출신으로 92~93년 마창총련 활동을 한 이모씨(30)도 지난해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받고 요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에서는 운동권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구속된 이은경(28)씨도 직장암에 걸렸으며, 민청협 소속 김모(55)씨 등 10여명이 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문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상대 민주동문회는 전국 사회민주단체 및 대학동문회 등을 통해 같은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이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를 상대로 정밀검사 및 최루탄 성분분석 등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한동안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