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 밴드를 기다리며>는 김인숙의 소설집이다. 그가 이번 45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개교기념일’을 비롯해 최근 발표한 중·단편 8작품이 실렸다.

표제인 ‘브라스 밴드를 기다리며’는 특별히 성공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주인공 ‘나’가 절친한 친구와 아내를 잇달아 사별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내면의 흐름을 좇아감에 대한 것이다. 이 작품엔 특별히 ‘한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다라든가, 아무것도 아님, 죽음앞에서의 무료함과 삶에 대한 회의’ 등과 같은 단어·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평론가 변지연씨가 말하듯 김인숙의 작품엔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 깊이모를 상처를 가진 쓸쓸한 인물이 많다. 이는 아마도 형태가 다르고 이름을 달리한 여러 얼굴의 현대인들의 초상화는 한가지로 압축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삶을 극진히 희구하지만 제대로 욕망을 실현해보지도 못한 삶, 어딘가에 닿고자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엔가 정박하지도 못한 ‘현대인’에 대해서. 김인숙 지음. 328쪽. 문학동네.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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