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국물맛에 위궤양 ‘신물’ 이 멎네

물수제비 뜨다. 얇고 둥근 돌을 물 위를 스치게 던져서 담방담방 수면을 튀어가게 하는 물수제비 뜨는 모습은 어느 쾌청한 날 호숫가에서 연인들이 만들어내는 낭만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일주일째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로 몸과 맘이 꿉꿉한 이런 날엔 왜 수제비가 생각날까·

마산 상남동 로얄호텔 맞은편 월남다리(복개천주차장) 옆 ‘항아리 수제비’. 출입구가 좁아 얼핏 눈에 띌 것 같지 않은 곳이지만, 천봉화(62)사장 말대로 지형지물(주위에 큰 건물이나 특징적인 곳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뜻. 군대용어라 한참 설명을 들어야했다)이 많아 찾기가 어렵진 않다.

5년 전 개업한 ‘항아리수제비’는 수제비전문점으로 그 이름을 지켜가며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상호등기 83호)
천 사장은 한의사였던 선친 덕에 어릴 때부터 ‘어떤 음식은 어디에 좋고, 어떤 음식은 어디에 좋지 않다’는 얘길 줄곧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런 그가 25년 전 식당을 하다가 그만두고, 다시 음식점을 열면서 선택한 메뉴는 수제비.

가난한 시절 밥 대신 지겹도록 수제비를 먹었던 어른들은 아직도 수제비만 보면 신물이 올라와서 못 먹는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 집 수제비를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항아리수제비는 밀을 통째로 갈아 밀기울이 있는 채로 만드는 전통 수제비에서 한 단계 높여 ‘기능식품’으로 만들었다. 유산균이 살아서 장까지 간다는 요구르트 광고처럼 항아리수제비는 위산과다·위염·위궤양이 있는 사람이 먹어도 신물이 올라오지 않고 위와 장이 편안해진다.

밀가루에 다섯 가지 비밀 재료가 더 들어간 반죽과 배추와 양파·무·다시마 등을 넣고 푹 고아내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멸치국물에 쇠고기·양파가루에 5가지가 배합된 양념으로 ‘맛내기 처리’까지.

천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조금 남아 있던 식은 수제비를 얼른 한 숟가락 떠 입에 넣게 된다. 반죽은 꼭꼭 씹어 먹고, 국물의 깊은 맛을 음미하면서.

“전문점은 맛있으면서 푸짐하고, 값이 싸야 한다”는 천사장의 말처럼 항아리수제비는 수제비전문점으로 손색이 없다. 맛과 영양 뿐 아니라 항아리 수제비 한 그릇에 밥 한 공기까지 딸려 나오는 데 가격은 3000원. 적게 먹는 사람들은 하나를 시켜 나눠먹어도 되겠다. 장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면 동동주(3000원)에 해물파전이나 녹두전(5000원) 한 접시 맛보는 것도 비 오는 날 괜스레 추천하고 싶다. (055)246-2279, 223-9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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