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적시며 ‘꿈틀’ 여름이 즐거워라!


여름 산에 오르는 것을 피서라 할 수 있을까. 가파른 산길을 따라 팍팍한 다리를 재게 놀리면 그야말로 팥죽 쏟아지듯 땀이 솟는다. 가쁜 숨은 턱 아래서 헉헉거리고, 특히 골짜기를 지날 때는 제대로 바람조차 불지 않는다.
하지만 땀에 푹 젖어본 이는 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팔과 다리를 휘감던 옷조차 길들여진다. 땀에 잠기면 조그만 바람에도 살갗은 곧바로 시원함을 느낀다. 피서(避暑)가 아니라 극서(克暑), 망서(忘暑)의 경지라고 할까.
호박소 휴게소에서 매표소를 지나 골짜기를 타고 오른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은 조금 가파른 듯한 느낌을 준다. 여름인 때문인지 사람들은 대부분 개울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시원한 물소리를 따라 발을 놀리면 얼마 안가 구룡소폭포가 나타난다.
여느 폭포처럼 직벽을 따라 내리꽂히는 폭포가 아니다. 20m는 넘어 보이는 높이에서 70도쯤 돼 보이는 기울기로 쏟아지는 물이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는 고기비늘 같은 잔무늬가 있어서 물이 결따라 거품을 일으키며 내리닫는다. 물이 좌우로 조금씩 몸을 비트는 것 같은데, 구룡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잠시 땀을 식힌 다음 줄곧 오르면 곧바로 능선에 가 닿는다. 사방을 둘러보니 과연 웅장하다. 아랫재·숨은벽과 백운산 줄기가 밑으로 보이고 왼편으로는 언양 가는 길이 꼬불꼬불 틈새로 나 있다. 또 앞으로 치고 오를 산줄기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정상에 닿아 있다.
남북에는 운문산과 재약산에 닿으려는 산줄기가 끝간 줄 모르고 둘러쳐져 있다. 눈 바로 아래에는 능선에 기댄 언덕바지와 골짜기들이 좌악 펼쳐진다. 바람 따라 뒤채는 나뭇잎 색깔이 같은 초록이라도 한 가지라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영남알프스에서 으뜸가는 가지산(1240m)은 높으면서도 넓다. 1시간 남짓 걸려 정상에 오르니 더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넋놓고 바위에 기대 앉았으려니 채 5분도 안되어 으스스 찬 기운이 느껴진다. 등산길 따라 등줄기가 뚜렷하고 고개를 들면 가까운 데서부터 먼 산에까지 짙은 데서 옅은 쪽으로 녹색이 조금씩 묽어지고 있다. 되짚어 내려와 석남터널 너머 비구니 수행처로 이름높은 석남사에 들른다. 부도 둘레 대웅전 뒤에서 한창 불사 중이라 고즈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뜰 아래 돌탑을 지나 마주 바라보는 대숲은 시원하고 절집 추녀는 매무새가 단정하다. 들머리 일주문에서 정문앞 다리까지 아름드리 활엽수로 둘러싸인 진입로는 걸으면 9분 걸린다는데, 여전히 석남사의 자랑으로 남아 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는 아침 6시 10분부터 저녁 8시 20분까지 20분마다 1대씩 밀양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진주에서는 5분마다 있는 마산행 버스를 타고 와서 갈아타면 된다.
밀양에 닿아서는 다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울산 언양 석남사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 1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13차례 오간다. 산내면 남명리를 지나 삼양교 호박소 휴게소가 있는 데서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개울물을 건너면 등산길 들머리. 여기 있는 화장실을 마주볼 때 오른쪽 길은 가지산 꼭대기로 바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길은 구룡소 폭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때로는 얼음골에서 호박소를 맛본 다음 구룡소폭포로 등산하기도 한다. 이 때는 석남사행 말고 얼음골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게 좋다. 얼음골 가는 버스는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 40분까지 30분마다 있다.
자동차로는 국도 14호선과 25호선·24호선을 번갈아 타야 한다. 진주나 마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진영 나들목으로 빠져나와도 되고 밀양 시내를 가로질러 국도 25호선과 24호선이 만나는 솔밭유원지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리면 된다. 산내면 남명리에서 얼음골과 가지산 가는 길이 갈라진다. 왼쪽으로 굽어지는 아스팔트길이 가지산으로 가며, 쪽 곧은 방향으로 가는 콘크리트길 끝에는 얼음골이 매달려 있다.
산꾼들은 남명리 남명초교에서 아랫재를 거친 다음 능선으로 올라 산마루를 지나 쌀바위~석남사 계곡이나 쌀바위~귀바위~석남사로 나가기도 한다. 물론 정상에서 석남재로 내려가도 된다.며칠 묵으려면 근처에서 민박을 해도 되고 골짜기 아래 산내천 강변에다 천막을 치고 야영을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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