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라톤의 큰 별이 떨어졌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획득, 식민지 조국에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안겼던 남승룡씨가 20일 숙환으로 숨졌다. 향년 89세.

지난달 12일 심부전증으로 서울 경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생명을 연장해 온 고 남승룡씨는 이날 오전 10시25분 영광과 좌절을 함께했던 마라톤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1912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손기정(89)씨와 함께 달려온 한국마라톤의 1세대.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3위를 한 고인은 월계관을 쓴 손기정씨의 그늘에 가렸으나 민족에게 큰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36세에 출전한 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는 해방된 조국의 태극기를 달고 당당히 10위에 랭크, 우승자인 서윤복씨와 함께 마라톤 강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47년 1월부터 63년 9월까지 대한육상연맹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고인은 보통학교 6학년때 이미 전남대표로 조선신궁대회에 나가 1만m 4위, 마라톤 2위를 해 신동으로 불렸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서울협성실업학교와 양정고보를 거쳐 일본 아사부중학교로 전학했던 고인은 메이지대학 입학 이후에는 그의 재능을 높이 산 귀족 기다바라케의 후원을 받았고 베를린올림픽 파견대표선발전에서는 1위로 골인, 손기정씨와 함께 식민지 백성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소갑순(81)씨와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강남시립병원 영안실 12호(02-3430-0456)이며 발인은 22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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