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무는 줄 몰랐던 미꾸라지 잡던 맛 걸쭉한 국물맛에 더위 온 줄 몰랐네

지난해 늦가을인가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한 청도 운문사를 갔었다. 사시사철 푸른 솔밭을 지나니 엄마 품에 포근히 안겨있는 듯한 운문사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경내를 한바퀴 쭉 둘러보면서 그 유명한 ‘처진 소나무’도 보고, 수다를 떨며 지나가는 앳된 비구니스님의 해맑은 얼굴도 보았다. 해질녘 비구니 스님들의 엄숙한 저녁예불을 보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긴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절을 돌아 흐르는 눈이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이었다.

절을 나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절 앞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았다. 은어 회·튀김 등 민물고기 요리를 써놓은 플래카드들이 눈에 띄었지만, 간단하게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그런데 청도에서 유명한 음식이 추어탕이란다. 물 맑은 동창천과 청도천 덕에 오래 전부터 미꾸라지·메기·꺽지 같은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하단다. 그곳에서 먹지 못했던 청도추어탕의 맛을 창원에서 맛보았다.

한창 건축 공사로 어수선한 창원 상남동 일대. 포클레인과 대형 덤프트럭들이 골목마다 진을 치고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침 그 공사 포클레인에 가려 한참만에 ‘고향의 맛 청도전통추어탕’을 찾았다.

청도가 고향인 이성희(43)씨는 대구에서 20년이 넘게 청도추어탕 장사를 해온 어머니의 손맛을 배워 지난해 말 창원에서 직접 추어탕 가게를 열었다. 회사에서 정리 해고된 남편과 함께 이씨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추어탕 음식점을 시작한 것.

청도추어탕은 국물이 약간 매우면서도 시원하다. 전라도식 추어탕이 으깬 미꾸라지 뼈와 살을 많이 넣어 걸쭉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청도추어탕은 국물이 많고 시원한 맛을 내 후루룩 마시기에도 부담 없다. 해장으로도 좋다.

우거지배추는 잘게 썰지 않고 긴 채로 담아낸다. 거기에 산초가루와 잘게 썬 매운 고추와 마늘, 방아잎을 넣어 먹으면 강렬한 맛 때문에 입안이 얼얼해진다.

얼큰한 추어탕에 밥 한 공기를 넣어 말아먹고 나면, 몸 속의 나쁜 찌꺼기들이 미꾸라지 뼈와 산초·마늘 등 강한 기운에 싹쓸이 돼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다.

휴가철, 아이들과 같이 망을 들고 시골 논두렁에 나가 직접 미꾸라지도 잡아 보고, 추어탕을 끓여먹으면 올 여름 보양 끝.(055) 264-6441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