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만남 긴 여운’, 이 말은 KBS2 <드라마시티>나 MBC <베스트극장>, 그리고 SBS가 최근 신설한 <오픈 드라마-남과 여> 등 단막극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일일드라마의 매력이 아무리 가정사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생활사를 다룬다 하더라도, 예컨대 MBC <온달왕자들> 모양 주인공이 배우로 캐스팅되었다고 일주일 내내 얼굴에 마사지하고, 몸매 가꾸는 것을 지켜보기란 썩 기분 내키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막극의 장점은 한 회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는 것 외에 가장 큰 장점은 연출자들의 개인기에 따라 어떤 때는 한 폭의 그림같은 영상이 뇌리에 남을 수도 있고 혹은 감성적 내용으로 한동안 드라마 생각에 몰입하게 만드는 등 매 회 시청자를 흡입하는 매력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연속극과 달리 단막극은 고정 시청자가 없는데도 그 명맥을 수십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방영된 MBC <베스트극장> ‘키스’는 ‘잘 나가다가 왜 이러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소재선택에 아쉬움이 남았다. 만화 <오버 센스>를 원작으로 해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터프한 한 여자가 첫눈에 반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가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운동을 좋아하고, 헐렁한 청바지와 모자를 즐겨 입는 한 여성의 개인적 취향을 무시하고‘여자는…’, ‘자고로 여자란…’을 강조하며 ‘여자는 언제까지나 여자다’는 구닥다리 사고를 주입시키는데 온 시간을 투자했다.

아무리 가벼운 순정만화같은 영상과 신세대 탤런트들로 구성해 트렌디 드라마의 성격을 띤다 하더라도 ‘여자는 무조건 약해 보여야 돼’, ‘바지도 안돼’ 등을 연발하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결국 “본연의 모습이 좋다”는 끼워맞추기식 결론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익숙하지 않은 치마를 입고 시종일관 시선을 의식하며 치마를 끌어내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갑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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