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외딴 그 섬은 꿈꾸던 낙원

사량도. 통영 앞바다에서 왼쪽으로 비켜나 윗섬과 아랫섬 두 개가 나란히 떠 있다. 고성과 사천에서도 멀지 않은데 왼편으로 더 나가면 수우도까지 갈 수 있다. 여기에는 여름 한 철 더위를 물리치기에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춰져 있다.
먼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옥녀봉(291m) 가마봉 달바위, 여기서 한 걸음 내딛어 죽 뻗어나가면 지리산(398m)까지. 지리산은 원래 지리망산(智異望山)이었는데 지금 부르기 편한대로 지리산이라 한다. 여기에 오르면 멀리 지리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윗섬의 최고봉 불모산(399m)이다.
섬이니까 갯가도 있다. 진촌마을 항구를 벗어나면 미역 따위 바다 물풀이 잔뜩 몰려 나와 있다. 동네 할머니는 풀을 뜯어 한 짐 챙겨놓고 호미를 빼어든다. 갯벌을 파뒤집어 조개를 캐낼 심산인 모양이다.
이렇게 천천히 걸어 30분 거리인 옥동마을까지 갈 수도 있다. 특별한 제한이 없으니, 오가는 길에 바위를 뒤집어 게를 잡을 수도 있고 갯벌을 뒤집어 조개잡이를 해도 되겠다.
갯가에는 커다란 바위도 있고 자갈도 나오고 모래도 섞여 있다. 물결이 핥아먹어 움푹 패인 놈도 있고 덜 닳은 몽돌 같은 놈들도 널려 있다. 발로 밟을 때 나는 소리가 재미있기도 하고 갯강구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다.
진촌마을에서 고개를 넘으면 대항마을이다. 걸어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너무 작아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하는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하지만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30m가 채 안돼 보이는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청춘남녀 두 쌍이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진촌마을에서 사량초등학교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옥녀봉에 올랐다가 옥동마을로 빠져 갯가를 거닌 다음 고개 넘어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옥녀봉에 대해서는 따로 한 마디 해 놓지 않을 수 없다. 산이 너무 멋진 것이다. 능선을 따라서 말 그대로 깎아지른 바위봉우리들이 이어진다. 때마침 안개가 짙게 끼어 전혀 볼 수는 없었지만 마른 날이면 산위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 또한 유명세를 더하는 데 한 몫 단단히 하겠다 싶다.
바위봉우리가 하도 험해서 옛날에는 사람들이 감히 올라갈 생각조차 못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곳곳에 줄사다리와 철책들이 둘러쳐져 있어서 바로 오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금도 산길을 걸으면 오금이 저릴 정도이니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산을 종주하려면 마을버스를 타고 맞은편 돈지마을까지 간 다음 거꾸로 훑어오는 편이 좋다고 한다. 바위 능선과 봉우리, 전후좌우로 펼쳐지는 바다를 송두리째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랫섬에도 칠현산(349m)과 대곡산(303m)이 있고, 같이 사량면을 이루고 있지만 서쪽으로 더 가야 나오는 수우도에도 180m짜리 금강산이 사람을 맞는다.
진촌마을 안쪽 커다란 포구나무가 정자를 이루고 있는 곳에 왜구를 물리친 최영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으니 한 번 들러서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바다풍경을 눈에 담는 것도 좋겠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곳은 네 군데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5337)에서는 하루 두 번 배가 뜬다. 도산면 가오치 터미널(055-647-0147)에서는 자동차도 싣고 갈 수 있는데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평일은 2시간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1시간마다 배가 나간다. 이밖에 고성 상족암(055-673-0529)에서도 차를 실을 수 있는 배가 시간마다 드나들고 삼천포 유람선 터미널(055-835-0172)에도 사량도 가는 배가 준비돼 있다.
도산면 가오치 터미널에 가려면 국도 14호선을 따라 고성을 거쳐 통영으로 들어가다가 바다휴게소와 학섬휴게소를 잇달아 지난 다음 경찰수련원이나 잠포 수련의 집 안내 표지가 보이는 데서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된다. 10km 조금 안되게 달리다 보면 다시 오른쪽으로 접어들라는 표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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