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바다를 건너오는 영화들은 전혀 다른 제목으로 바뀌어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 제목 <라디오의 시간>으로 더 잘 알려진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딱 그렇다.

햄버거 광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이 영화는 청취자가 편안히 라디오를 듣고 있을 때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탄탄한 구성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에서 당선된 초보작가의 원고는 왕년의 잘 나가던 배우 노리코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성우들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수정되고 영화는 내내 대본을 바꾼다, 안 된다, 협상해 보겠다는 말들로 이끌어진다.

2시간여 동안 방송국의 한 스튜디오를 한번도 벗어나지 않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사소한 사건으로 말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성력이 돋보이는 일본적인, 너무나 일본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작위적인 코미디, 과장된 웃음, 여기에 무사안일주의 등을 꼬집는 적당한 비판과 영웅탄생, 해피엔드까지 어느 하나 일본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사소한 일들을 가지고 일관된 주제를 관객에게 주입시키는 기법은 익히 보았던 <춤추는 대수사선>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계 효과에 의존하는 젊은 스턴트맨에게 마지막 동전 하나와 몸으로 불꽃놀이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노장의 모습과 “사랑을 믿는 자만이 구원을 얻으리라”라는 메시지까지 감독은 감동을 유발하는 차원을 넘어서 관객에게 강요하고 있다.

주유소를 터는 이유가 ‘그냥’이고, 시공을 초월하는 블록버스터류의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는 판국에 평탄한 흐름속의 작위적 휴머니즘을, 거기에 해피엔드가 만병통치약인 양 이끌어가는 이 영화를 통해 이젠 훈훈한 인간애보다는 거부감을 느낄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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