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개맨·개탤맨 등의 말들이 자연스러워진지 오래지만 한 연예인이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를 깨기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어린 새처럼 힘든 일이다.
탤런트 윤기원(29). 그를 두고 탤런트냐 개그맨이냐로 설전이 벌어질 만도 한 것이 그는 지난해 막을 내린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단골게스트.
사이비 교주로, 신창원, 작두 도령으로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지만 결국 그에게 붙여진 닉네임은 ‘웃기는 남자’.
하지만 요즘 그가 KBS2 <귀여운 여인>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간의 이미지를 깰 태세다. 한수리와 김준휘의 회사 동료인 김기정 역할을 맡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로 상무의 딸 독고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한수리를 많이 감싸주는 따뜻한 남자.
사실 그는 91년 KBS 대학 개그제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아 곧바로 개그맨 생활을 접고 각 방송사 탤런트 공채 시험을 치렀다. 연예계만 입문하면 장르를 넘나드는 일이야 쉬울 법도 한데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SBS 탤런트 공채6기로 탤런트로서의 정식 시작을 알렸다.
탤런트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 들어오는 역이란 단역에 그것도 코믹한 이미지였다. 때론 ‘엽기’적인 코미디를 선보여 그를 짧은 시간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개그맨에서 탤런트로의 입문을 바꾼 그에게 이 시기는 불안함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 <귀여운 여인>에서 선보이고 있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전형적인 신세대 김기정 역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듯. 이번 드라마를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묻어두었던 연기자로서의 끼가 물씬 풍기기를 기대해 본다.
최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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