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은 어떻게 발전하는 것일까· 기량있는 단원, 충분한 재정적 지원, 잘 갖춰진 악기, 이들을 리드할 수 있는 지휘자 등이 잘 조합되었을 때 훌륭한 교향악단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 외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지휘자나 인간적으로 조화된 단원들, 이와 함께 특정분야의 레퍼토리를 꾸준히 연구하는 모습도 발전할 수 있는 교향악단이 갖추어야 할 필수요건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단체가 창원시립교향악단(지휘 김도기)이다.

이는 통영현대음악제 개막공연으로 연주된 윤이상 〈교향곡 4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연주는 치밀하고 세심한 지휘자의 악곡분석과 열심히 연습한 단원들의 노력으로 연주회장을 가득 메운 관중이나 전문가에게 끝없는 찬사를 받았다.

제 1악장의 불균형한 주기로 나타나는 남성조 원칙의 주제는 우리나라 시조에서 따온 음률로, 안정되고 규격화된 4도나 5도의 간격으로 왕복하는 선율을 선보였다. 현악기에서 금·목관악기로의 감정이전에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음악적 공간을 지휘자는 품위있게 이끌었다.

특히 현악기에 의한 ‘롬바르디아적 리듬’(소리의 끝을 짧게 강조하거나 강조하지 않고 길게 늘어뜨리는 식의 리듬)과 다른 악기로의 물 흐르듯 이어진 자연스러운 진행은 연주자들의 꾸준한 연습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이어진 음악의 전개는 흥분을 끌어 일으키게도 하고 격함과 고요함이 상호교차하면서 끊임없이 순환적 변화를 잘 표현했다.

구바이둘리나의 바이올린 협주곡 〈오퍼토리움〉에서는 협연자인 강혜선의 진지하고 품위있는 연주에 감격했다.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악곡을 성숙된 모습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기량의 우수성에서 오는 탁월한 곡 해석이었다.

안익태작곡상 대상작품이기도 한 이신우의 〈시편20〉은 확고한 형식을 갖춘 곡으로 불협화와 협화를 대비적인 관점에서 표현한 곡이었다.

이번 연주회에서 창원시향의 연주는 지방교향악단이라는 일부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일구어낸 음악의 역량은 윤이상 음악을 통해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발돋움하는데 손색이 없었다.

교향악단의 발전은 끊임없이 도전하는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가진 악단이 창원시향이며 그 결실이 통영현대음악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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