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명예퇴직한 사람들은 대부분 금융업 등 관련직종에 재취업하고 싶어하나 실제로는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 분야로 창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을 떠나면 갈 곳이 없다'는 은행원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2차 금융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은행원 실직이 예상되고 있어 보다 체계적인 재취업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명예퇴직을 실시했거나 실시중인 은행은 경남은행을 비롯해 모두 4군데다.

한빛은행에서만 지난 11월 1100명이 짐을 쌌고 외환은행과 서울은행에서는 각각 400명·650명의 명예퇴직자들이 은행생활을 마감했다. 또 경남은행은 9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접수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164명의 퇴직자가 양산될 전망이다.

이 4개 은행은 모두 지난 9월과 10월에 재취업센터를 열어 명퇴직원들의 재취업을 돕고 있지만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는데다 명퇴자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재취업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재취업센터는 물론 재취업과 관련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경남은행 한 관계자는 “퇴직금을 받더라도 빚잔치에 충당하기 버거운 실정”이라며 “재취업이나 창업은 자본금 부족으로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다 내년 지역경기조차 불투명해 휴식기를 가지면서 호구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취업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명예퇴직자들은 처음에는 금융업 등 관련직종에 재취업하기를 원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현실을 고려해 음식점 등 소규모 창업을 원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행 재취업센터 관계자는 “올해 명퇴자 650명 중 40세가 넘은 사람이 480명”이라면서 “인력채용을 희망하는 관계업체는 35세 이상 40대 이하를 원하기 때문에 재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명퇴자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창업 쪽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40세가 넘은 명퇴자들은 호프집이나 피자집 창업을 선호하고 설혹 관련 업종에서 일한다 하더라도 환전상이나 현금인출기를 빌려 수익을 나누는 ATM링크사업 등 소규모 자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빛은행도 재취업센터를 열어 명퇴자들의 재취업을 돕고 있으나 서울은행과 비슷한 실정을 보이고 있다.

한빛은행 재취업센터 관계자는 “은행거래처인 7000여개의 기업체에 협조공문을 발송했으나 구인서류를 보내주는 곳도 많지 않은데다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직원의 나이가 퇴직자의 나이와 안맞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금융인 재취업센터'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구직인원은 4570명인 반면 취업인원은 1577명 수준으로 재취업 비율이 35% 수준에 머물러 2단계 금융구조조정이 진행되면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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