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삼형제’날 오라 하네

토곡산(855m) 오르는 길은 원동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학교 뒷길 골짜기로 오른 다음 능선을 만나 오른쪽으로 오른다. 물론 화제마을에서 복천암을 거쳐 올라도 된다. 능선에서부터는 원동에서 오를 때와 마찬가진데, 서로 머리와 꼬리 노릇을 하는 등산길이다.
화제마을과 복천암을 지나는 등산길을 골라잡았다. 산마루 아래 자리잡은 복천암에서 산마루까지 40분만에 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마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오래 전에 폐쇄했다니 절간 오른쪽으로 돌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화제골에는 복천암이 둘 있다. 하나는 산기슭, 하나는 산마루턱 절벽 아래에 바짝 붙어 있다. 위에 있다고 상(上)복천암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콘크리트 건물이라 맛은 떨어지지만 풍경 하나는 그만이다. 절집 뒤로 40~50m는 돼 보이는 절벽 세 개가 깎은 듯이 서 있다. 위로는 푸른 솔이 우거져 있고 아래에도 떡갈나무나 도토리나무쯤으로 짐작되는 활엽수들이 싱그럽다.
대웅전 뒤 절벽에는 돌틈을 비집고 나온 석간수(石間水)가 방울방울 떨어진다. 사철 끊임없이 흐르며 여름철 더울수록 더욱 차갑다는데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등산길 들머리에는 자그만 동굴이 숭숭 뚫린 바위들이 있어서 어른은 몰라도 아이는 신기해하겠다 싶다.
고개를 들어보니 빗방울이 언제 뿌릴지 모를 정도로 하늘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푸른 구석은 전혀 없이 구름만 아주 낮게 깔렸다. 중턱을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서니 오른쪽 왼쪽에서 비를 머금은 안개가 슬금슬금 내려오고 있다.
어깨와 등에는 소금기 어린 땀이 흥건한데 ‘오늘은 산꼭대기까지 못 오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떠랴 오가는 이 별로 없는 산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개와 벗삼아 놀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몇 번 산에서 길을 잃고 혼이 난 경험이 있는지라, 안개를 거슬러 오르는 발길을 서두르면서도 스쳐지나는 산길을 더욱 눈여겨보는 한편 짙어지는 안개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토곡산은 곳곳에 바위를 감추고 있다. 작은 너덜도 있으며 올망졸망 이어지는 봉우리마다 바위들이 올라 서 있다. 밖에서는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나무 아래 산길을 걸으면 모퉁이마다 눈맛이 새롭다.
하지만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었나 싶은데 더욱 짙어진 안개가 바람 따라 흐르며 온몸을 감싼다. 앞으로도 작은 봉우리를 몇 개 더 넘어야만 주봉 아래에 이른다는데 이번에는 이쯤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겠다.
대신 들은 얘기를 몇 마디 옮겨 놓자. 골짜기 말고 능선에서 정상까지는 한 눈에 들어오는 오른쪽 낙동강이 대단하다. 오르다가 힘에 겨워 오던 길을 돌아보면 어곡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푸름이 서늘하다.
이어 나오는 세갈래 길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산마루에 오르는데 여기서는 한꺼번에 덮쳐오는 강과 산이 할말을 잊게 만든다고 한다.
낙동강 너머 천태산과 무척산이 우뚝하고 강 이쪽에는 어곡산에서 오봉산까지 짙푸른 산악이 물결처럼 밀려든다는 것이다.




△가볼만한 곳 - 용당리 낙동강가

원동은 예로부터 산보다는 강변 풍경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진주·마산 또는 맞은편 부산에서 삼랑진과 구포를 떠나면 곧바로 너른 들판과 같은 강물이 펼쳐지는 것이다. 80년대만 해도 역에서 내리자말자 몇 걸음만 옮기면 곧바로 강가에 나가 앉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높다란 철둑 좌우로 구조물이 생겨서 눈길과 발길을 함께 잘라놓았다.
지금은 대신 1022번 지방도로 곳곳에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녹지대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의자 몇 개와 아직은 우거지지 않았지만 나무 그늘도 곳곳에 자리를 만들어 놓아 잠시 쉬면서 시원한 강바람을 마주하기에는 적당하겠다. 하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은 찰싹 달라붙는 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원동역에서 가게가 즐비한 아래쪽 도로 따라 죽 가면 1km쯤 되는 데에 짓다 만 4층짜리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왼쪽으로 2km 남짓 들어가면 철둑 너머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는데 동네 이름이 용당리다.
용당리는 가야시대부터 나루터가 있었던 곳이다. 강물의 넘침을 막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기 위해 나루터신인 세 마리 용을 모신 가야진사가 있고 이들에게 제를 올리는 용신제도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흩뿌리는 비를 무릅쓰고 거름더미와 비닐하우스를 지나 강둑으로 나간다. 오른쪽 맞은 편에 아랫도리 바위를 드러낸 언덕이 용산이지 싶은데 누런 강물이 흘러내려와 발밑에서 넘실거린다. 왼쪽으로 고개를 틀면 강물의 흐름과 반쯤은 어긋난 채 물거품이 강폭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띠를 만들며 우렁우렁 흘러가고 있다.
비가 쏟아지더라도, 한 번쯤 나가 서보고 싶은 곳이다.


△찾아가는 길

토곡산에 갈 때는 열차를 타면 아주 좋다. 왜냐면 기차를 타고 보는 왼쪽 산과 오른쪽 강 풍경이 그지 없이 좋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들과 함께간다면 오랜만에 타 보는 열차 자체가 사나흘 얘깃거리는 되고도 남을 것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철도는 삼랑진에서 끝난다. 철도는 광주 송정에서 순천과 진주·마산을 지나 삼랑진까지 325km를 달린 다음 경부선에다 몸을 부린다. 삼랑진에서 경부선을 따라 원동 물금으로 방향을 틀어 달리는 오른쪽으로 낙동강이 길게 드러누워 있다.
70~80년대 기차를 타 본 이들은 이쯤에서 “내 딸 사이소 내 딸” 또는 “내 배 사이소 내 배” 소리치는 아낙네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딸기 시배지라는 삼랑진이나 배내골을 낀 물금에서는 몸소 기른 딸기나 배를 팔려고 차창에다 이렇게 소리치곤 했던 것이다.
진주역서는 새벽 1시 30분 아침 6시 10분과 10시 54분에 출발하고 마산역은 새벽 2시 47분 아침 7시 44분과 낮 12시 32분에 떠난다. 마산을 기준으로 할 때 원동이나 물금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고 보면 된다.
돌아오는 기차편은 물금에서 오후 6시 55분,원동에서 7시 11분에 손님들을 태우니까, 마산에서 낮 기차를 타고 간다 해도 등산은 4시간이면 충분하니까 웬만해서는 시간에 쫓기지는 않는다.
화제마을에서 등산을 하려면 물금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버스 회사(055-384-6612)에 물어보니 오전에는 6시 35분 7시 35분 8시 8시 55분 10시 25분 11시 55분에 있으며, 오후에는 1시 5분과 1시 55분 등 여러 차례 있다고 한다.
자동차로는 14번과 25번 국도를 따라 가면 된다. 14번 국도에서는 김해시내로 들어가는 네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되고 25번 국도에서는 평촌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둘 다 삼랑진으로 이르는데 여기서 지방도 1022번을 타고 40분 남짓 가면 원동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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