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가지 한방재료 스민 ‘살얼음 육수’ 매콤한 양념장까지…술 해장에 그만

“아줌마, 밀면 잘하는 집이 어디예요?”

창원 가음정시장 입구에서 노점상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무턱대고 물었더니 바로 방향을 가리킨다. 아줌마가 일러준 골목에 들어서자 ‘30년 전통 원조 밀면’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띈다. 7평 남짓 조그만 가게로 들어서니 대뜸 “보통 하나요·”라고 묻는다. 얼결에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 ‘이 집 맞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희열을 느낀다.

   
 
 

가음정시장 안에서 소문난 밀면전문집 ‘사계절 밀면’. 번듯한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게도 낡고 좁아서 왠지 더 ‘원조’일 것 같은 분위기. 이곳에서 12년째 밀면만을 고집하며 장사를 해온 황보영호·김말례 부부는 창원지역 밀면전문집 ‘원조’임을 내세우는데 망설임이 없다. ‘가야밀면’으로 유명한 부산에서 밀면점을 하는 김말례 사장의 형부에게 비법을 전수해 밀면을 만들고 있다. 30년 전통은 거기서 비롯됐다.

최근 밀면 전문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 집 밀면 맛을 본 손님들은 다시 발길을 돌려 찾아온다는 게 종업원들의 설명. 인근 시장 상인들부터 외국인이나 관공서직원 등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이 집 밀면 맛의 비결은 육수에 있다. 말간 맥주 빛깔을 띠는 육수는 짭짤하면서도 한방재료가 들어간 듯한 맛이 나면서 개운하다. 육수 재료를 물었더니 소·돼지 뼈에다 한방재료 20여가지 등이 들어가 일주일 정도 푹 고아낸다고 한다. “한 두 가지로는 깊은 맛이 안 난다”는 주인의 지당한 말씀.

이 깊은 맛의 육수 탓에 입맛 까다로운 임신부나 술 마신 다음날 속 풀러 오는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 반죽한 밀가루를 기계에 넣어 막 뽑아낸 밀면에 살얼음을 띄운 시원한 육수, 오이채와 노른자 지단, 냉면김치와 양념장이 곁들여져 보기에도 군침이 도는 밀면 한 그릇 3500원(곱빼기 4000원). 매콤한 양념장과 시원한 육수가 어울려 후루룩 마시면 입안 뿐 아니라 속까지 개운해지는 기분. 기호에 따라 겨자를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

점심·저녁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가게 앞에 작은 평상을 만들어 놓았기도 하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끼니때는 정신이 없을 정도. 평소 하루에 500여명까지도 온다고 하는데, 밀면 한그릇 먹고 나니 빈말이 아닌 듯 하다.

친척들과 함께 운영을 하다보니 손발이 척척 맞아 음식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먹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가능한 것 같다. 한달 전쯤 상남동에 번듯한 가게를 하나 차렸다. 남편의 성을 따 ‘황보밀면’이라는 이름으로 남편은 그곳에서, 아내는 ‘사계절냉면’을 지키며 밀면의 원조를 이어가고 있다. (055)262-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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