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애인을 둔 경상도 아가씨. 올 봄·여름에 유행할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진지하다.

“올 봄엔 어떤 옷을 입는기 좋노?” “글쎄. 지난해 12월15일부터 현재까지 봄신상품이 40% 정도 출시됐는데, 가장 반응이 좋은 아이템은 면소재 바바리래.”

“그래· 색깔은?” “베이지색 하고 인디언 핑크색.”

“다행이다. 지난 봄에 사두었던 인디언 핑크색 바바리, 이번 봄에 몬 입을 줄 알았꺼덩.” “가벼운 울소재의 클래식 정장도 유행이래.”

“클래식 정장이 뭔데?” “80년대 유행했던, 긴 치마에 촌스러운 듯하면서 우아한 정장 있잖아.”

“설명해도 잘 모르겄네. 한번 사줘봐~.” “거기다 봄이면 화사한 색깔이 좋을 것 같지만 올해는 검정색이 인기래.”

“아 글쎄, 한번 사줘보라카이.” “알았어, 보채지 좀 마. 패션 정보를 좀 더 알아야 옷도 잘 고를 것 아냐. 올해는 여름까지 80년대 복고 바람이 분대.”

“복고 바람이면 좀 촌스럽지 않나?” “아냐. 천박한 사치스러움은 과감히 빼고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넣었대.”

“디자인은 어떻는데?”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소매가 풍성하고, 어깨선에는 패드를 넣은 옷 있지· 그리고 통이 넓은 팬츠, 허리를 조여주는 재킷, 허리 아래부터 풍성하게 퍼지는 크리스찬 디올의 뉴룩풍 스커트가 유행이래. 플레어스커트랑 주름치마, 통이 좁고 달라붙는 팬츠도 지난해에 이어서 계속 인기 상승이래. 어떤 게 마음에 들어·”

“허리 아래부터 풍성하게 퍼지는 스커트. 히히. 근데 어떤 색깔이 좋은데?” “아까 말했잖아. 블랙이 유행한다고. 흰색하고 그린·블루계열도 예쁘대.”

“그럼, 소재는?” “천이 늘어져서 만들어지는 장식(드레이프)하고 하늘거리는 플레어, 리본과 레이스처럼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옷감을 주로 썼대. 그리고 속살이 훤히 보이는 시퐁하고, 광택나는 새틴 같은 게 주요 소재래. 봄을 위한 부드러운 가죽도 괜찮아 보이더라.”

“아이고, 내사 마 그냥 흰 남방에 청바지 입고 편하게 다닐란다. 유행 따라갈라카몬 머리가 아프다. 돈도 없고.” “아까는 풍성하게 퍼지는 스커트 입고 싶다면서? 그러지말구 다음주에 서울에 올라와. 내가 최신 유행 스타일로 한 벌 쫙 빼줄테니까.”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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