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가능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따오기
남북 오가게 해보자 통일도 성큼 오도록

지난해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던 모습, 백두산 천지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며 지었던 미소. 아마 국민 모두의 가슴 한편에 소중히 저장된 잊히지 않는 장면일 것이다. 단어로만 존재했던 '통일'이 실감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온 순간들이었다. 모두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달아오르던 가슴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하며 압박 또는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은 얽혀가고 있다. 다시 혼란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운 터널로 들어선 기분이다.

모두가 더 간절하게 바랐고, 쉽게 찾아올 것 같았던 통일이 다시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 더 안타깝다.

대신 민간 차원에서는 실오라기 같은 끈을 놓치지 않고자 더욱 애를 쓰고 있다. 전국농민회와 민화협, 종교단체 등 수많은 대북 민간단체들이 통일 트랙터 보내기 운동을 비롯해 인도적 식량 지원 등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언제 또 갑자기 해빙기가 찾아오고, 평화가 봇물처럼 밀려올지 모르니 그에 대비해야 하고 그 노력이 고맙다. 작은 노력이 모이면 큰 힘이 되고 지렛대가 될 것이다.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우포 따오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이다. 한반도에서 마지막 발견된 지 40년 만이고 중국에서 따오기를 들여온 지 11년 만의 성과다.

게다가 지난달 22일 방사한 따오기가 잘 적응하고 있어 다행이다. 17마리를 일주일간 모니터링한 결과 15마리는 우포늪 주변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적응하고 있었고, 2마리는 우포늪에서 6㎞가량 떨어진 낙동강 인근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고 한다.

따오기는 2005년 중국 양현 따오기 서식지 조사·방문이 단초가 됐다. 본사에서 김훤주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단 일행에 동참했다. 이후 6차례 기획보도가 나왔다. 그때 생각이 딱 이랬다. "좋겠다. 잘 보전된 환경에서 따오기도 보고 바람도 쐬고 오겠네." 내심 부럽다는 생각은 했어도, 따오기 복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든 생각이다. 따오기를 비무장지대(DMZ)에서 날게 하는 것이다. 창녕군, 경남도, 환경부가 DMZ가 있는 강원도, 더 나아가 북한과 논의만 된다면 오히려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쉬운 일이다. 이미 해당 기관에서도 계획을 짜고 있을 것이다. DMZ 인근에 제2의 복원·방사장을 차리고 적응을 시켜나가면 머지않아 따오기는 남북분단선 구분없이 오가게 될 것이다. 평화를 이어주는 따오기, 통일의 상징 따오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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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따오기 복원, 한 발짝씩 움직이고 준비하면서 성사시켰다. 역시 차분히 준비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면 실현 가능성 적고,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도 우포 따오기처럼 우리 품으로 날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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