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2017년 콘크리트 블록 포장
파손·소음·진동 잇따라
전문가 "보수로 해결 안돼"
상인·주민-시 간담회 예정

블록을 깔고나서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로 '걷고 싶은 거리'에 아스팔트 재포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창원시와 상인·주민들이 어떻게 조성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3일 찾은 불종거리로에 차량이 들어서자 '달그락달그락', '덜컹덜컹' 소리가 났다.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까지 160m 구간에 조성한 길은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달그락 소리로 가득했다. 일부 블록은 또 파손돼 있었다.

◇상권 살리고자 시작한 사업 = 취지는 좋았다. 시는 걷고 싶은 길을 발판 삼아 창동·오동동 상권을 엮고자 했다. 2014년 5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지정되자 시는 그해 8월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하고자 용역을 발주했다. 이어 10월 도시재생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종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포함해 8개 사업을 확정했다.

국토교통부 지원을 받으며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시는 지난해까지 국비 100억 원, 도비 30억 원, 시비 70억 원 등 200억 원을 투입해 8개 사업을 완료했다. 15억여 원이 들어간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은 2016년 6월 시작돼 2017년 12월 끝났다.

시는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실시설계용역을 완료해 2017년 7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아스콘으로 된 불종거리로 보도 800m를 화강석 판석으로 재포장했다. 이와 함께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까지 160m 구간 차도에 콘크리트 차도용 블록(가로 50㎝, 세로 50㎝, 두께 12㎝)을 깔았다. 차량은 서행하고 보행자는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하자는 방향이었다.

▲ 창원시는 2017년 7∼12월 마산합포구 불종거리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 구간 차도에 블록을 깔았다.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는 2017년 7∼12월 마산합포구 불종거리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 구간 차도에 블록을 깔았다.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는 2017년 7∼12월 마산합포구 불종거리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 구간 차도에 블록을 깔았다. 하지만 블록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는 문제가 이어져 지난해 6월 등 개보수 작업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시는 2017년 7∼12월 마산합포구 불종거리 참여성병원에서 라코스테 마산점 구간 차도에 블록을 깔았다. 하지만 블록이 떨어지거나 파손되는 문제가 이어져 지난해 10월 등 개보수 작업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지난해 보수공사만 5차례 =
예상과 달리 보수공사 등 문제가 계속 나왔다. 차량 통행이 많은 데다 2차로 불법주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1차로와 중앙선 중심으로 블록이 떨어져나가고 파손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는 지난해 5차례 개보수 작업을 벌였다. 지난해 2월 블록을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4월, 6월, 8월, 10월 블록을 교체하거나 줄눈 채움재를 주입했다. 하지만 5차례 개보수 작업을 벌였음에도 올해 6월 현재 블록이 떨어져나가 '달그락달그락', '덜컹덜컹' 소리가 나고 일부 파손돼 있는 상황이다.

20년 넘게 인테리어업에 종사해왔다는 이승일 마산지역사회연구소 대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시가 깐 블록 규격이 커 차량 통행이 활발한 도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블록을 접착하는 과정에서도 줄눈이 덜 채워지거나 불량하게 붙였다"며 "접착제가 굳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된 채 차량이 이동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재포장 고려해야" = 시도 보수공사를 거듭해도 해결되지 않자 지난해 12월 토목시공·도로 전문가 4명이 참여한 기술자문위원회를 꾸렸다.

기술위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특화거리를 조성한 건 적절했으나 '특화거리 내 대형 차량 통행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블록받침층이 시내버스·중차량이 통행하는 데 부적합한 상황에서 주행이 이뤄지자 블록이 탈락하고 파손됐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을 검사한 결과 '계속해서 파손될 것으로 보인다. 부분 보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며, 대형 차량과 운전자 안정성을 고려해 '아스팔트 재포장 고려'를 제안했다.

시는 지난달 15일 불종거리로 상인과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은 차량 통행 때 발생하는 소음과 잦은 보수공사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주민들은 소음과 함께 거주지로 진동이 전달돼 생활하는 데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아스팔트 재포장을 원하지만 공사 기간 영업 피해도 우려했다. 주민·택시기사 등은 아스팔트로 전면 재포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시는 이달 중 아스팔트 포장 등을 포함한 정비 방안 용역 결과를 받아 상인·주민 등과 앞으로 재정비 계획을 놓고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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