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2000년 대의 새로운 환경운동의 지평을 열어갈 모임이다. 이 모임은 낙동강가의 습지와 새들을 사랑하는 사람을 포함한 서남해안의 갯벌을 지키고 철새들을 공부면서 구체적인 보전활동을 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이다. 일부는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생태를 공부하거나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특별한 곳에 근거지를 두지 않고 자연사랑-생명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한 사람들로 지난 한달 동안의 주말에는 겨울철새를 따라 여행을 했다.

첫 주말에는 낙동강변의 가장 많은 모래톱을 가진 구미 해평에서 흑두루미를 만나고, 둘째 주에는 부산의 을숙도와 명지갯벌에서 솔개를 비롯한 기러기류와 오리떼들 수 만 마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주에는 전남 순천만에서 민물도요와 혹부리오리 그리고 흑두루미들과 함께 수만평의 은백색 갈대 숲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마지막 주에는 우포늪과 주남저수지에서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 청머리오리 등을 탐조하면서 그 들을 잘 볼 수 있는 시간과 위치를 꼼꼼하게 표시해 두었다.

왜냐하면 곧 방학이 되면 청소년들이 겨울철새를 탐조하러 가족이나 환경단체의 행사에 많이 참가할 때, 도움되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개인적으로는 10년 동안 습지의 생물들을 보전하고, 청소년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하여 생태교육을 많이 했지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 그 많은 아름다운 자연보호구와 예비 보호구역이 있지만 어느 곳 한군데도 청소년과 시민들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있던가.

그 동안 지방 정부는 감시원을 배치하고, 건물을 짓고,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과 팜플릿을 제작하는 일에 힘써 왔다. 그러나 엄밀히 생각해 보면 많은 돈이 드는 건물이나 홍보 예산을 사용하기 전에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방문 지역을 잘 안내하는 일이, 그곳을 잘 관리.운영하여 오래도록 보전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안내원을 양성할 때까지 우선 2000년 겨울부터는 낙동강가의 자연학습장에서 습지와 새들을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와 탐조시 중요한 지점을 알려 인간과 자연이 상호 지켜야 할 예절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명색이 환경단체라는 곳에서도 겨울철새를 탐조하고 철새먹이를 주면서 전혀 상식 밖의 행동을 하여 여러 차례 조언을 하였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선 겨울철새 탐방시에는 조금 귀찮겠지만 군인들이 수색 근무를 하러 가는 것처럼 복장도 주변의 자연의 색과 비슷하게 하고, 자세를 낮추어 살금살금 걸으면서 큰소리는 삼가야 한다. 특히 철새 먹이를 주기 위해 습지 안으로 들어가서 알곡을 뿌리는 행위는 금지해야 한다. 알곡을 먹는 새들은 주변 야산이나 논밭에 부려 놓으면 잘 찾아 먹는다. 오히려 습지안 의 뻘에 뿌리기 위해 사람들이 들어가면 새들이 위험을 감지하여 덩치가 큰 재두루미와 고니·기러기류 등이 날아오르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고, 아이들이 밟게 되면 알곡들이 뻘에 묻혀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낙동강 유역의 아이들은 참 다행이다.

다들 겨울방학이 되면 집안에서만 보낼 터인데 경남과 부산지역의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가족이나 친구들끼리도 갈 수 있고, 그리고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이 주관하는 겨울철새 프로그램이 있다. 이웃 일본이나 영국에서는 정부나 민간단체가 여름캠프 뿐만 아니라 겨울철새를 따라 이동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인이나 민간에게만 맞기지 말고 도교육청이나 지방 정부가 되면 좋겠다. 정부 기관들이 주민과 청소년들의 컴퓨터 강좌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애쓰는 것처럼 방학 내내 청소년들에게 차량을 제공하고, 자원강사를 위촉하여 ‘환경과 정보화’ 시대에 발맞춘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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