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가족'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생각한다. 특히, 혈연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 우리에게 '가족'은 공동체 기본단위이자 삶의 울타리로 큰 의미를 지닌다.

<트윈스터즈>(Twinster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지구 수백㎞ 떨어진 곳에서 각자 살아온 사만다와 아나이스 일란성쌍둥이 자매가 SNS를 통해 만난다는 사연을 담은 영화다. 두 사람은 1987년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을 가게 됐다. 25년간 그렇게 살아온 자매는 우연히 SNS를 통해 서로 존재를 확인한다. 사연의 주인공인 사만다가 직접 연출해 더욱 화제를 모은 영화는 자매가 만나는 과정과 함께 생모를 찾아 나선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말 속에 담긴 편견을 '입양'이라는 주제로 풀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을 찾지만 생모는 끝내 그들을 만나지 않는다. 생모에게 그들 존재는 잊고 싶은 과거인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은 생모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에서 사만다는 "가족의 정의는 없다"며 "자신에게는 모두 5명의 어머니가 있다"고 말한다. 사만다와 아나이스를 낳은 생모와 두 사람을 입양한 미국·프랑스 어머니, 그리고 입양되기 전까지 보살핀 대리모들 모두 그들에게는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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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신앙처럼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입양가족은 외면받아 왔다. 한부모 가족과 다문화가족 역시 여전히 다르지 않다. '1인 가족'이 등장할 정도로 가족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족은 영원불변한 무엇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의 정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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