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ILO 핵심협약 29호, 87호, 98호의 비준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관련법 개정이 해결돼야 비준할 수 있다던 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비준·입법 동시 추진'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선비준 후입법'을 요구해왔고 경영계는 '선입법 후비준'으로 맞서왔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약속했던 사항으로 '지연된 비준'인 셈이다. 유럽연합이 FTA 체결 당시의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지키라며 분쟁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어, 협약 비준이 늦어지면 반덤핑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자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절실하다. 노동자 자살과 고공 농성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파업 손해에 대한 배상소송과 가압류 등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가 임금협상을 하고 싶어도 노동조합이라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불법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이익은 많이 나는데 노동자들의 몫은 줄어들고, 노동자 사이에서도 공기업·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심해진 것도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제약이 심했기 때문이다.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은 노동 삼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 및 국제인권법과 상충하는 법령·제도·관행 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걸맞은 노동인권 선진국이 되겠다는 결의다. 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하면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도 가능해진다.

국회는 협약 비준 동의와 입법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협약 비준안에 우선 동의하고 관련 노동법 개정을 후속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협약 비준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은 자세를 바꾸어야 한다. 정부는 협약 비준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노동기본권 제한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인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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