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2011년에 출범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5월 기준으로 127개 단체가 결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혐오차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혐오차별대응기획단과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태다. 서울·경기·광주·전북 학생인권조례 제정도 혐오차별을 막는 제도적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차별을 막는 입법 노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차별을 규제할 법을 제정해야 할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의 일상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발언과 차별이 횡행하고 있다.

현행 법률에서 차별금지는 장애인과 고용에서의 성별과 연령 등 매우 제한적으로만 적용될 뿐 전체 사회적 약자를 포괄하는 법은 없다. 차별이나 혐오표현은 형법상 모욕죄,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집단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대한 규정도 애매하여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막는 악법으로 유엔으로부터 폐지를 촉구받고 있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차별과 혐오를 명확히 규정하여 제재하는 법률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별을 규제하는 입법 노력은 2007년 노무현 정부와 고 노회찬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각각 발의하고 대표발의한 것이 시작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차별 금지 관련 법률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음에도 하나같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이나 동성애 혐오, 이슬람종교 혐오 등의 차별 정서를 넘지 못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도 동성애, 임신 학생 등 소수자에 대한 멸시나 혐오의 벽과 싸워야 한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최근 집회와 사이버 공간에서 이주민과 관련하여 악의적으로 매도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8명을 고소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소수자의 정체성이 없더라도 소수자를 지원하는 단체에까지 확산하는 실정이다. 정치권을 포함하여 일상에서 약자에 대한 막말과 혐오가 창궐하는 현상은 민주적 공동체를 가로막는 것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연대하여 강력히 대응해야 할 일이다. 10년을 넘긴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이 이제는 결실을 거둬야 한다. 정부의 분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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