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음은 기본 트로트는 옵션 하차까지 쉴새없이 고막 고문
차량 부품 불량 소음부터 운전 시스템 경고음까지
라디오 크게 켠 채 운행도 "쉴 수 있는 공간 되어야"

시내버스 이용자 불만 중 '소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27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서 109번 버스를 탔을 때 성산구 대방동 종점에 이르기까지 정차할 때마다 '삐이~~~~~' 하는 소리가 났다. 차량 속도를 낮출 때마다 나는 소음은 승객을 괴롭혔다.

정차 때마다 나는 소음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김도현(당시 26세) 씨가 민원을 제기했을 때 창원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특정 업체가 만든 버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며 "매월 1~2건 소음 관련 민원이 접수되는데 대부분 이 업체가 만든 버스다. 업체가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이대로 계속 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25일 오후 마산합포구 덕동공영차고지 정비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정비사들에 따르면 제동하는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슈가 확장한다. 이때 브레이크 라이닝이라는 마찰재가 회전하는 드럼 브레이크의 내벽에 압착하며 회전을 멎게 하는데 이때 소음이 난 것이다.

정비사들은 두 가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첫째, 특정 업체가 만든 버스에서 소음이 나는 경우다. 이 업체가 만든 버스 중 2015년도에 생산된 CNG(압축천연가스) 버스가 특히 심하다. 정비사와 함께 이 버스를 탄 지 5분이 지나자 '삐이~~~~~'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정비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음과 함께 진동이 커져 승객은 물론이고 운전사도 고역"이라고 했다.

둘째, 마찰재인 브레이크 라이닝이 불량품인 경우다. 드문 사례다. 소모품인 라이닝이 불량하면 모든 버스에서 소음이 난다. 운전사가 교환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비실에서는 1~2번 정도 그냥 돌려보낸다고 한다. 비용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간선버스의 경우 보통 2~3달, 지선버스의 경우 4~5달 후 라이닝을 교체한다.

◇과속하거나 공회전할 때 '삐익' = 시내버스 업체 한 곳이 설치한 '경제운전시스템'에서 나는 '삐익' 소리도 승객을 괴롭힌다. 이 장치는 △적절한 시기에 변속하지 않았을 때 △가속 페달을 필요 이상 깊게 밟았을 때 △과속 및 공회전할 때 경고음이 난다.

이 업체는 전기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경제운전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간선 노선을 운행하는 차량은 소리는 안 내고 기록만 남기도록 조치하고, 지선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에는 소리도 나도록 설정했다.

이 장치를 처음 설치하면 출발·운행할 때 RPM(분당 회전수) 등 표준값을 설정한다. 하지만 엔진 출력, 연식 등 차량별 상태가 달라 운전사 의견을 듣고 성능에 맞춰 다시 한 번 조정한다. 버스를 모는 기사가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조정된 값으로 운행하고, 조정했음에도 운전하는 데 무리가 있다면 시스템 값을 재설정한다.

운전사가 필요 이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 정해진 RPM 값을 넘어서면 표준값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삐익' 소리가 발생한다. 정해진 시간을 넘겨 공회전할 경우 공회전하지 않을 때까지 소리가 난다. 한 번 발생한 '삐익' '삐익' '삐익' 소리는 연이어 발생한다. 운전자 습관을 고치고 연비를 높인다는 이유로 경고음을 내는데 승객은 괴롭다.

◇버스 안 가득한 라디오·음악 소리 = 라디오 소리, 트로트 등도 소음이다. 마산합포구 진전면에 사는 김준강(50) 씨는 지난 9일 오후 4시 10분께 75-1번을 탔다. 김 씨가 탄 버스에서는 트로트 메들리가 흘러나왔다.

김 씨는 "기사들이 라디오나 음악을 자주 트는데 이날 유난히 트로트를 크게 틀었다. 몇 번이나 이야기하려다가 말하지 않았다"며 "개인택시나 관광버스가 아닌데도 기사 취향에 따라 대중교통수단을 개인화해 이용객으로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출퇴근길 라디오 소리도 유쾌하지 않다. 버스에 앉아 생각하거나 책을 보거나 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라디오 소리·트로트 등 음악 소리가 클 경우 하차벨 소리를 못 들을 수도 있다.

김 씨는 "다른 승객이 무딘 건지, 내가 너무 민감한 건지 잘 모르겠다. 또한 자기 집처럼 통화하는 이용객들도 있는데 힘들다. 승객 의식 수준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를 타면 개인용 차량처럼 안락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원칙적으로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소리를 작게 해서 틀면 되겠지' 하는 발상 자체가 승객 우선 철학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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