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첫 공판서 검찰 의견
유족 "진실 규명 바란다"

한국전쟁 때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한 마산지역 민간인 6명에 대한 재심이 69년 만에 열렸다.

재심 첫 공판은 공소사실 입증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는데, 검찰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이재덕 지원장)는 지난 24일 마산지역 보도연맹원 6명의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 재심 첫 심리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해 시간·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느냐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노상도(1950년 사망·당시 39세) 씨 등 6명의 공소사실에 대해 "남로당에 가입했으며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후 괴뢰군과 결합해 협력하는 이적행위를 했다"면서도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했다. 이어 "공소사실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 다만, 역사적 의미가 큰 사건이므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증인이나 유족 진술 등을 확보해 최대한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신속한 재심을 요청한 변호인은 "당시에 정상적인 재판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잘 모를 정도다. 추가 자료가 있다면 제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7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 지난 24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보도연맹사건 유족들과 변호인이 재심 첫 공판을 기념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희곤 기자

이날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착잡해했다. 노 씨의 아들 노치수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장은 "재심 공판이 열린다는 사실에 흥분하기도 했는데, 막상 재판이 진행되니 마음이 어수선하다"며 "어머니는 84세로 돌아가신 그날까지 아버지 생사를 몰랐다. 형은 사관학교로 진학하려 했으나 연좌제에 걸려 못갔다. 아버지는 부역을 나오라고 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판으로 진실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족들은 2009년 진실·화해과거사위가 불법 체포·감금으로 보도연맹원이 희생됐다고 규명함에 따라 지난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의 항고와 대법원 기각 등을 거쳐 6년 만에 재심이 열렸다.

이명춘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수십 년 동안 사람들 행방과 자료를 찾았었다. 이제는 국가가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민간인 학살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당시 공안사건은 공소장도 없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진실·화해과거사위 인권침해 조사국장으로 활동했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헌병과 경찰이 그해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 사이 마산지역 보도연맹원 400~500여 명을 영장없이 체포해 마산형무소에 가두고, 군이 노상도 씨 등 141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보도연맹은 1949년 6월 이승만 정권이 좌익사상자 전향과 통제 등을 위해 만든 반공단체인데,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북한에 동조할 것이라는 이유를 붙여 전국 곳곳에서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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