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투입만으로는 해결 한계
정책 방향 패러다임 변화 필요
도, 인구영향 평가제 시범운영

모든 사회적 난제가 그렇듯 특정 행정 부서 하나가 해당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특히나 '저출생 고령화' 문제는 국가 차원의 사회 현상이기도 해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접근이 쉬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인구 문제에서만큼은 지역 단위에서 가장 먼저 그 영향을 받게 되고,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때 인구 문제는 어김없이 넘어서기 어려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전 국가적으로 시행되어 온 저출생 관련 대책은 그 효과가 미미했고, 지역 단위에서의 인구 유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김경수 도지사는 지난 20일 '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실·국·본부가 어떻게 저출생 현상에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토의를 주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논의는 이제 패러다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로 귀결됐다. '예산투입=인구증가' 개념의 도식적인 정책 추진은 더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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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인구 현황

2018년 기준 총 출생아 수는 32만 6900명이었고,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였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저출생 관련 예산이 117조 원 투입되었으나, 저출생 현상은 지속됐다.

경남의 인구 자연감소 역시 시작됐다. 2018년 기준 1일 평균 출생아수는 58명이고, 1일 평균 사망자 수는 6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으나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건 마찬가지다. 2018년 기준 경남 합계출산율은 1.13명이다. 2015년 1.44명에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경남은 2016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5년이 되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인구 유출도 급증 추세다. 20∼39세 청년 세대의 순유출은 2018년 기준 1만 582명을 기록했다. 대부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청년 순유출은 2015년 1686명, 2016년 5357명, 2017년 6441명이었다.

◇정책 방향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출산장려정책만으로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대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비한 사회구조 개혁과 그에 걸맞은 삶의 질 제고 정책을 고민하고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 장재혁 경남도 저출생고령사회 정책관은 "저출생은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결과이며, 그에 따른 정책 방향 역시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가 주도하의 대대적인 출산 장려 인식 개선 운동보다는 제도와 구조를 개혁하면서 개인의 합리적 선택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구 소멸 현상에 대비한 구조 변화에도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기에 그동안 관성적으로 추진되어온 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 정책관은 "주택 건설에서부터 노인일자리 확충, 경로당 신축,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정책 등을 미래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환기 도시교통국장은 "경남의 2020년 도시기본계획 인구가 411만 명이고, 실제는 338만 명이다. 80만 명이 과잉으로 잡힌다. 도시 다이어트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계획

경남도는 저출생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영향 평가' 제도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각 실·국·본부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 미래 인구 예측치를 크게 벗어나는 것들을 조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경남도는 먼저 인구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어린이집 확충이나 육아 나눔터 설치 사업 등에 이 제도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경남형 인구 예측 모형을 각 시·군에 제공함으로써 지역맞춤형 인구정책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정책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를 도지사 직속 기관으로 격상시켜 청년, 양육, 지역공동체, 실버산업 육성 등을 총괄해 다룰 예정이다.

장재혁 정책관은 "인구 정책은 정책 범위가 넓어 전 실국본부와 협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변화를 고려한 정책수립·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우수시책 발굴·저출생고령사회위원회 적극 참여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단지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 걸 넘어서서 각 부서가 인구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토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경남형 인구정책 수립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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