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윤 서울 강서구 노동복지센터장 초청간담회

한국노동운동은 1987년 노동자 대 투쟁과 1995년 민주노총 출범으로 절정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내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IMF 관리체제 이후 정권과 자본에 수세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별노조 건설과 노조 정치세력화라는 '양 날개 전략'을 펼치기도 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대공장 위주의 조직 구조 속에 전체 노동자 90%는 노동조합조차 가입하지 못한 현실이 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상윤 서울 강서구 노동복지센터장은 "노동운동이 마을(지역)로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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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윤, 서울 강서구 노동복지센터장이 지난 24일 사단법인 창원노동사회교육원 초청으로 교육원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지난 24일 사단법인 창원노동사회교육원 초청으로 교육원에 온 나 센터장은 '강서양천 민중의 집인 사람과공간' 사례를 들려줬다.

나 센터장 주도로 2014년 3월 창립한 이곳은 노동조합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시민단체, 주민단체, 노동조합, 협동조합 그리고 진보정당 등 다양한 사회운동이 소통하고 협동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나 센터장은 "노동운동은 한국사회를 변화하는 데 이바지했고,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양적으로 성장했을 진 몰라도 고립·협소화 되고 있다"며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노동자인 주민을 조직하고, 지역 내 노조와 여러 시민단체,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나 센터장은 사람과 공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사업은 '공간공유'와 '공간나눔'이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단체가 만나고, 단체와 단체가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런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공간을 칸막이 대신 '북카페 형태'로 공유했다고 했다. 공간을 지역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과 공유하고 나누면서 월 300만 원에 이르는 임차료 부담도 상당 부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마련한 공간에 비정규직 노동자 교육을 비롯해 시민노동법률학교를 비롯해 '몸펴기 운동'에 이르는 문화사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주민과 접촉 면적을 넓혀나갔다고 했다.

공간이 생기고, 사람과 단체가 모이니 '연대와 소통'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마을로 녹아드는 '극대화 전략'으로는 '김장 행사'였다고.

"김장 행사를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는데, 저희는 일방적으로 김치를 갖다주는 일회성, 시혜적 방식이 아닌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연대 방식을 택했다. 같이 참여하는 노조에 돈을 내게 하고, 김치를 받는 단체도 일정 부분 '자부담'을 하게 했다. 이렇게 '관계'가 형성되면 다른 사업도 할 수 있고, 현안이 발생했을 때 서명도 받기가 더 수월해진다. 사실 노동 관련 단체가 열심히는 하는데, 노동만 너무 강조한다. 목적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일단 관계 형성이 먼저라고 본다. 남성 노동자들, 특히 노조 출신은 '성과 지상주의자'들이 많다. 마을은 관계지향적이다."

그는 간담회 끝자락에 이날 간담회를 요약한 듯한 유형근 박사 논문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 변형 : 울산지역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1987-2010> 한 대목을 인용했다.

'노동자 스스로 공장울타리에 의해 유폐된 계급의식을 삶의 보편적 의식으로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공장에서도 만나고, 식당에서도 만나고, 정치연설장에서도 만나고 노동자의 정체성을 삶의 여러 곳에서 확인받는 공간, 장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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