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 어려운 접착식에 '우수' 등급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때 병과 용기류 등의 다른 재질로 된 뚜껑, 부착상표(라벨)를 제거한 후 내용물을 비우고 내놓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몰라서"라는 대답도 있지만 "부착상표가 잘 떨어지지 않아서"라며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도 상당수다.

일본·독일 등 '재활용 선진국'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절취선대로 뜯으면 분리되는 부착상표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접착식 부착상표를 사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시중에는 여전히 접착식 제품이 60%를 차지한다.

창녕군에 본사를 둔 우포의아침은 지난 2017년부터 모든 음료 제품 페트병에 비접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박중협 대표는 "지난해부터는 막걸리 신제품에도 비접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접착식보다 병을 감싸는 면이 크고, 공정이 달라 4배가량 비용이 더 들지만 기업이 환경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접착제가 발린 부착상표를 더 우수한 등급으로 규정하고 생산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접착식 부착상표를 1등급(재활용 용이), 비접착식 부착상표를 2등급(재활용 어려움)으로 나눴다. 비접착식 부착상표는 재질 자체가 무거워 페트병 조각과 함께 물에 가라앉는 반면, 접착식은 가벼워 물에 뜨기 때문에 쉽게 분리해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부착상표 제거를 쉽게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지난 4월 환경부는 2013년 정한 페트병 라벨 등급에 대한 개선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물에 뜨는 비접착식 부착 상표를 '최우수' 등급으로 규정하고 접착식을 '우수', 물에 가라앉는 기존 비접착식 부착상표를 '보통'으로 분류했다.

경남에서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한 업체 대표는 "페트병에 남은 접착제 자국을 제거하기 위해 수산화나트륨이 섞인 '양잿물'에 끓인다. 물을 끓이는 데 드는 가스비와 폐수 처리비만 해도 수억 원에 달하고, 양잿물로 말미암은 2차 환경오염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비접착제 부착상표를 사용하면 재활용 선별장에서 풍력선별기로도 재활용 처리가 대부분 가능해 양잿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쉽고 환경적인 방법이 있는데 환경부 규정은 되레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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