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서 열린 시민문화제
대책위 "하청 전락 막자"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반대하는 거제시민 수백 명이 거리로 나서 '동종사 매각 반대'와 '생존권 사수'를 외쳤다. 정부의 매각 협상 중단도 이구동성으로 촉구했다.

'대우조선 동종사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23일 오후 6시 30분 거제시 거제중앙로(현대자동차 고현대리점 사거리~6번 교차로 사이)에서 시민과 노동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우조선 매각 반대 시민문화제를 열고 "정부는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을 즉각 중단시키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이날 시민문화제는 풍물 공연과 시민 발언, 문화 공연, 대우조선 매각에 관한 질의응답, 결의문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박광호 시민대책위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거제지역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대우조선이 동종사(현대중공업)에 특혜 매각되면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시민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며 "부당한 매각이 철회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때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 23일 거제 고현동에서 열린 대우조선 매각 반대 시민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동종사 매각 반대와 생존권 사수를 외치고 있다. /이동열 기자

이날 집회 현장에 아이와 함께 참석한 이지은(39·옥포동) 씨는 "남편이 대우조선에 다닌다. 생존권이 걸려있어 도움이 될까 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려고 나왔다"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대책위는 결의문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 생존권을 지키려 나설 수밖에 없다"며 "거제시민이 혼연일체가 돼 부당한 매각 계획이 철회되는 날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싸울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우조선 매각과 인수·합병 주체인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측에는 "25만 거제시민 생존권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시민대책위는 또 "거제시민은 지난 3~4년간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고문을 견디며 살아왔다"며 "웬만한 군 지역 인구인 4만여 명이 조선소를 떠났고, 실업률은 전국 최고였으며, 부동산 가격은 전국 최고 폭으로 하락해 한계를 넘어선 자영업자 폐업은 지금도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지원을 대가로 이뤄진 혹독한 구조조정 결과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고통 그 자체였다"며 "그 결과 대우조선은 2017년, 2018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정상화 문턱에 들어섰다. 이 시점에 대우조선을 현대에 매각하는 것은 그나마 트이기 시작한 지역 경제 숨통을 틀어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게 되면 대우조선은 현대 재벌이 대주주인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 계열사로 편입된다"며 "당연히 현대중공업 경영 전략과 이익 논리에 철저히 종속되고, 그에 따라 일감이 배분되는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