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중심주의 딛고 선 두 형사 응원할 수밖에 없다
대사·내용 평면적이고 장황해도
'버닝썬·대림동 여경'사건 겹쳐
일부 남성 잇단 혐오·조롱에도
성평등지수 높아 호응관객 증가

◇"이게 현실이고 실제야"

직설적으로 말해야 '알아먹는' 사람이 많다면 아무리 영화의 미덕을 강조하더라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 <걸캅스>는 당신이 잘 알도록 또박또박 말한다.

영화는 제목처럼 여경을 다뤘다.

박미영(배우 라미란)은 한때 이름을 날렸던 전설의 여자 형사였다. 발로 밟았다 하면 일망타진했다. 수없이 표창을 받으며 여형사 기동대의 에이스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는 현실이었고 지금은 민원실에서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퇴출 0순위다.

조지혜(이성경)는 강력반 형사다. 정의감과 열정이 넘친다. 하지만 팀원들은 부담스럽다.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있어주길 바라지만, 잠복 수사 중 말썽을 일으키고 만다. 결국 지혜는 민원실 근무로 징계를 받는다.

▲ 〈걸캅스〉에서 성범죄자를 쫓는 미영(왼쪽)과 지혜. /스틸컷

어느 날 스무 살 여대생이 민원실을 찾았다 휴대전화를 두고 급히 떠난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한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미영은 학생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임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48시간 이후 학생의 모습이 인터넷에 유포된다니, 미영과 지혜는 마음이 급하다.

하지만 미영은 민원실 주무관일 뿐 형사가 아니다. 지혜는 강력반과 사이버수사대, 여성청소년과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비슷하고 더 시급한 사건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듣는다.

결국 미영과 지혜는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컴퓨터 전문가인 양장미(배우 수영)와 함께 직접 비공식 수사를 한다.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모으고 CCTV 등을 활용해 성범죄자들을 추적한다.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신종 마약과 성폭력, 몰래카메라 촬영과 불법유포 등이 연결된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동료경찰(남성) 누구도 이 사건에 관심이 없고 미영과 지혜를 돕고자 나서는 미영의 남편 조지철(배우 윤상현)은 무능하다.

그렇다고 미영과 지혜가 범인을 잡는 방식이 세련되지도 않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약 조직으로 들어가 신분을 들키고 만다. '연장'하나 없이 들이댄다. 둘은 다만 몇 시간 후 온 세상에 퍼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을 학생만 생각한다.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영화는 평면적이다. 대사마저 그렇다.

미영은 성범죄를 당한 어린 여학생들이 자신을 자책하며 자기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한다.

지혜는 경찰의 태도와 사명감, 존재 이유 등을 진지하게 읊는다. 그리고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과 사회의 무관심 등도 직접적으로 말한다.

이를 두고 관객들은 영화에 점수를 매길 것이다. 코미디와 액션물을 내세운 영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또 모든 메시지를 말로 전달하는 방식이 거슬린다고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딱 떠오르는 '버닝썬 사건'과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밝혀도 여성이기에 논란이 계속되는 '대림동 여경'까지, 영화는 아주 지독한 현실이어서 여전히 '페미니즘'이라고 혐오하는 사람들을 향해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영화에서 남성경찰이 지혜를 향해 말한다. "네가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성이라서 다…"라고. 그는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지만, 감독은 이 대사를 꼭 넣어야 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젠더와 탈식민주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려는 모임 도란스에서 활동하는 권김현영(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씨는 "여성을 매개로 한 남성 연대를 노골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남성 문화의 헤게모니가 구축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걸캅스>의 서사가 촌스럽대도 메시지는 적확하다.

▲ 〈걸캅스〉를 보면 '버닝썬 사건'이 딱 떠오른다. /스틸컷

◇"걸캅스에게 내 영혼을"

최근 영화 <걸캅스>와 연관된 단어는 '영혼 보내기'다. 극장에 가지 않고 돈을 주고 좌석을 예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영화를 이미 본 관객과 영화를 보고 싶지만 사정상 가지 못하는 이들이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려고 하는 행동이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몇 년간 스크린을 독식했던 남성 중심의 영화 가운데서 여성 서사 영화에 목말랐던 이들이 보내는 적극적인 호응이라고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걸캅스>는 '벡델 테스트(영화에서 양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최소 2명 등장하는가, 여성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남성에 대한 것 이외의 대화를 나누는가로 가른다)'가 높다.

하지만 <걸캅스> 관객 수에 대한 논란도 함께 인다. 22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걸캅스는 관객수 130만 8169명을 기록했다. 한편에서는 '영혼 보내기' 덕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일부 남성들로부터 무분별한 비난에 시달리고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 현재도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양끝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영화의 첫 여성 콤비 형사물인 <걸캅스>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어떠한가?

영화는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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