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혁신도시 건설로 미래 위한 고삐 당기다
"지방 살려야 한단 생각 확고"
국정과제 5개 중 1개 균형발전
거센 반발에도 추진 '드라이브'
정권 바뀌며 수도권 쏠림 여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도전과 파격'의 승부사로서, 정치인으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 중 하나였다.

노무현은 2005년 3월 자신의 대선공약이자 참여정부 핵심 정책인 행정수도 이전이 계속 논란이 되자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렇게 속내를 펼친다.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새로운 비전은 우리들 꿈의 크기이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정수도를 반대하는 사람이라도 그가 국가적 지도자 자리에 서게 되고 선거에서 표를 모을 일이 없다면 이만한 꿈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한 과감한 분권·분산 정책과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 개념을 통한 규제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았습니다."

▲ 노무현(가운데) 대통령이 2007년 7월 25일 오후 진주산업대(현 경남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2단계 균형발전 선포식에 참석, 터치버튼을 누르고 있다. /연합뉴스

분권과 균형은 그에게 장밋빛 이상을 넘어 굳건하고도 절박한 신념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지방 출신이 수도권 국회의원을 많이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서울만 아는 서울 유권자와 서울 출신 국회의원이 지배하는 국회가 생산하는 지방정책, 자치정책 아래 지방의 삶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라며 "나아가 국토와 생태계, 지방공동체의 전통은 또 어떻게 보장될까. 그래서 나는 결국 동서 갈등을 해소하고, 또 장차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과 대립을 예방하려면 지방자치 발전, 지방분권, 재원배분, 균형발전 정책을 통해 지방을 살려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게 됐다"고 했다.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야권과 수도권의 거센 반발을 부른 행정수도 이전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 교육감·교육의원 주민직선제 도입, 지방재정 확충,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등 노무현만의 강력한 의지와 치밀한 전략이 없다면 엄두도 못 낼 사안이 많았다.

특히 앞서 인용한 '행정수도 이전은 비단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도 득이 된다'는 논리는 반대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신의 한 수'였다. 노무현은 당시 "수도권이 사람답게 사는 도시가 되게 하려면 더 이상의 인구 증가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지만 현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기반의 지방 분산, 자치경찰제 도입, 자치입법권 확대, 자치조직권 강화, 국가-지방자치단체 협력체제 정립 등도 참여정부에서 기본 틀을 닦았던 것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적인 국가균형발전시대를 선포했다.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고 같은 해 10월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다. 오늘 지방자치의 날은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향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천명한 배경이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은 여타 정권의 그것과 비교해 차원 자체가 달랐다. 시작부터 그랬다. 송재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균형발전과 관련한 내용은 22개였지만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은 각각 2개와 1개였다"고 했다.

이전 국민의 정부가 주로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중심의 지방분권을 추진했다면 참여정부는 앞서 나열한 대로 보다 폭넓고 구체적 과제를 특정해 추진한 최초의 정부이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또 특별법 및 특별회계를 제정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역혁신협의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같은 추진기구를 설치하는 등 지방분권·균형발전 정책을 법률적·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도 선도적 모습을 보였다.

참여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수치상으로도 입증된다. 지난달 〈한겨레〉가 국가통계포털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세종시와 혁신도시 이주가 본격화된 2011년과 2013~2016년에는 과거 추세와 달리 지방으로 수도권 인구가 순유출됐으나 2017년과 2018년에는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만 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총생산 중 수도권 비중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계속 줄기 시작해 2011~2012년에는 48.2%까지 내려갔으나 다시 2013년부터 48.7%로 상승해 결국 2017년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50%대(50.3%)를 넘어섰다.

혁신도시 정책을 입안한 성경륭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균형발전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지·발전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행정도시로서 세종시를 취소하려 했다. 수도권 규제도 풀어 지방으로 가야 할 기업들이 수도권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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